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각 나라의 문화에 따라 이에 대한 대응이 달라지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그간 미국과 유럽 등 서양 국가는 얼굴을 가리는 것을 기피하는 문화 때문에 마스크의 중요성을 간과해왔는데요. 하지만 자국 내 감염자와 사망자가 폭증하면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죠.

반면 아시아 국가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공중 도덕을 준수하는 행동으로 여겨지는데요. 특히 일본은 오래 전부터 마스크가 ‘사계절 생필품’으로 자리 잡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실외는 물론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풍경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일본에서는 과연 어떤 이유 때문에 장소, 상황을 불문하고 마스크 쓰는 문화가 생겨난 걸까요?

봄철의 공포, ‘화분증’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기 전,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던 것이 있습니다. 바로 미세먼지인데요. 선거 당시에는 후보마다 미세먼지와 관련된 공약을 앞다투어 내걸었고, 유권자들은 그 어느 공약보다 이 공약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만큼 미세먼지가 심각하다는 증거였죠. 이에 따라 외출 시 마스크를 챙기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었는데요.

그런데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청정한 대기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은 미세먼지가 없는 화창한 날씨라도 마스크를 쓴 사람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아마 과거 일본여행을 해본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일본은 마스크 착용이 아예 일상화돼 있을 정도죠.

따라서 마스크를 하는 습관이 없는 서구에서 온 관광객은 아마 놀랐을지도 모를 일인데요. 사실 마스크는 일본인들이 아주 애용하는 건강관리 상품이죠. 그 증거로 거리에 넘치는 편의점이나 드럭 스토어에 가 보면 일상적으로 많은 종류의 마스크가 팔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위생을 생각해서 일상적으로 착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2월부터 3월 말까지는 삼나무로 인한 ‘꽃가루 알레르기’, 화분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아 마스크 착용이 더 증가합니다. 알레르기의 증상으로는 눈이나 목이 참기 어려울 정도로 가렵고 기침과 재채기가 잦아지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마스크를 쓰는 게 생활 습관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또한, 일본에는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특유의 문화가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공공장소에서 입을 손으로 가리거나 마스크 등을 하지 않고 기침을 하면, 상대방에게 대단히 폐가 되는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드시 마스크를 쓴다고 하네요.

얼굴 가리는게 대세?


하지만 이들이 마스크를 쓰는 이유가 단지 꽃가루 때문만은 아닙니다. 굳이 꽃가루 시즌이 아니더라도 마스크를 한 사람들을 언제 어디에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죠. 일본의 이러한 마스크 문화를 설명하는 말로 ‘다테 마스크’라는 용어가 있는데요.

이 용어는 가짜 마음이라는 ‘다테마에’에서 파생된 것으로, ‘가짜 마스크’를 뜻합니다. 이 마스크의 용도는 단순히 얼굴을 가리기 위함인데요. 타인과의 교류를 거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스크 착용 열풍으로까지 번진 것으로, 일본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반영된 문화라고 볼 수 있죠.

또한, 일본에서 진행된 한 설문조사에서는 ‘얼굴을 가렸을 때 마음이 편하다’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고 하는데요. 이는 자신의 감정과 기분 등을 숨기고 싶은 일본인들의 자기방어심리나 은폐, 기피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문화 때문에 다테마스크는 패션의 영역으로까지 확장했는데요. 그 결과 문구나 애니메이션의 캐릭터까지 다양한 디자인이 새겨져 있는 마스크가 탄생했습니다. 여기에 심지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외출을 하지 못하는 ‘다테마스크 의존증’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다고 하네요.

일본서 난리 난 면마스크 2장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일본에서도 마스크 품귀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판매점에서는 마스크가 없어 판매하지 못하는 실정이고, 인터넷 쇼핑몰에선 정가의 10배 이상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마스크 줄을 새치기하다 유혈 사태가 일어나기도 하는 등 마스크 부족 사태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이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가구당 천 마스크 2개씩을 배부하겠다고 나섰는데요. 하지만 일본인들은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며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습니다. 1인 가구는 괜찮겠지만, 그 외의 가구들에 마스크 2장은 부족하기 때문이죠.

또한, 방역 마스크도 아닌 천 마스크를 배포한다며 효과를 의심하는 등 반응이 냉담합니다. 이 같은 정부의 발표 이후 일본의 SNS 실시간 트렌드에는 ‘마스크 2장’이 검색어로 급상승하기도 했는데요. 일본 네티즌들은 아베 총리에게 마스크 두 개를 씌운 합성 사진과 패러디 등을 올리며 정부의 대응을 비웃었습니다.

마스크에 이어 의료용 방호복에 대한 공급 부족 우려도 커지고 있는데요. 마스크와 마찬가지로 생산기반이 부족한데다, 통상 1회 착용한 후 버리는 소모품이기 때문이죠. 다른 나라들도 방호복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입에도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로써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실패했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무능 여부를 따지면서 4선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