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하늘길이 대거 중단되면서 대부분의 항공사가 ‘셧다운’에 들어갔습니다. 이에 운항 노선이 잇따라 중단되면서 비행 스케줄이 없어지자, 꿈의 직업으로 세간의 선망을 받았던 객실 승무원들도 이젠 생존을 우려해야 할 상황에 놓였는데요. 유급, 무급휴직은 업계 전반에 보편화 된 지 오래죠.

제1위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의 경우, 약 7,000명에 달하는 객실승무원들이 사실상 휴무 상태에 들어갔는데요. 현재는 비행 스케줄을 받지 못함으로써 생계까지 위태로운 처지에 놓였지만, 과거에는 살인적인 스케줄로 논란이 되기도 했었죠. 그래서 오늘은 항공사 객실승무원의 실제 비행 스케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족 행사는 꿈도 못 꿔


‘하늘 위의 꽃’으로 불리는 항공기 객실 승무원. 멋진 유니폼을 입고 해외 곳곳을 누비는 선망의 직업으로 인기를 끌곤 하는데요. 뿐만이 아닙니다. 높은 연봉과 복지에 대한 만족감 때문에 승무원을 꿈꾸는 이들도 많죠. 하지만 그만큼 힘든 일도 많습니다.

승무원들은 기본적으로 항공사에서 정해주는 비행 스케줄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데, 이 경우 출퇴근 시간이 자주 바뀌는 불규칙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보통 승무원들은 한두 달 전에 미리 스케줄표가 나오는데요. 대한항공의 비행 스케줄은 통상 매달 21일에 직원들에게 전해지곤 하죠. 이는 항공사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한 달 기준으로 보통 80~90시간 정도를 비행하고 8일 정도를 쉬는 것으로 짜여 있습니다.

이처럼 자신에게 할당된 스케줄에 따라 생활할 수밖에 없는 승무원들은 비행 스케줄이 나오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그래야 스케줄에 맞춰 앞으로의 개인 일정 등의 계획을 짤 수가 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항공사에서 스케줄 표 곳곳에 ‘RF(Ready for Flight)’ 또는 ‘스탠바이’ 라는 대기 스케줄을 넣어놓기에 이조차 쉽지 않죠.

여기서 RF와 스탠바이는 스케줄이 생길 수 있으니 대기하라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그날 하루만 일이 생기면 상관없겠지만, 갑자기 스케줄이 생기면 대개 이후의 일정이 모두 영향을 받게 됩니다. 다음날 어디로 비행을 가게 될지는 그 전날 저녁에야 통보받기도 하죠. 이런 이유로 가족 행사는 물론 시험, 모임, 병원 예약 등 계획했던 중요한 일들이 비행 스케줄에 밀려 지킬 수 없게 된다고 하네요.

불규칙한 스케줄, 잦은 변동


승무원들은 비행 스케줄 변동도 빈번한 편인데요. 비행 직전 탑승객 수가 늘어나면 그 인원에 비례해 객실 승무원이 배치되기 때문에, 휴일인 승무원이 갑작스럽게 비행에 투입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미리 정해져 있던 비행 스케줄에도 영향을 주기에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는데요. 스케줄이 자주 바뀌면 개인 생활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게다가 대기 스케줄이 잡힌 날은 즉각 비행에 투입될 수 있게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이때 승무원은 메이크업 상태를 유지한 채 24시간 자택에서 대기해야 하죠. 대한항공 출신 전직 승무원이자 유튜버인 가이안은 자신의 퇴사 이유를 이런 불규칙한 비행 스케줄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변동이 잦고, 불규칙한 스케줄로 정기적인 취미 생활이나 사람과의 만남이 힘들다”고 전하기도 했죠.

급기야 이를 개선해달라는 요청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라왔는데요. 국민청원을 올린 대한항공의 객실 승무원은 개인사를 계획할 수 있는 시간마저도 대한항공에 담보 잡힌 불안정한 생활이 계속되고 있다며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보상 없는 휴일 근무까지


그렇다면 비행 스케줄에 따라 일을 하는 승무원의 휴일 시스템은 어떻게 운용될까요? 이들은 연간 휴무일을 사전 계산해 이를 스케줄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휴무일을 정합니다. 일반적인 회사원은 공휴일과 주말을 포함해 통상 116~118일의 휴무일을 보장받는데요. 그러나 승무원들의 휴일은 공휴일이 없는 월을 기준으로 월평균 8회 정도입니다. 연간으로 계산할 경우 8~10일 정도를 덜 쉬게 되는 것이죠.

물론 항공사의 규정상 쉬지 못한 휴무일은 누적되며,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승무원들이 누적된 휴무일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 꼽히고 있는데요. 막상 휴가를 요청하면 비행 스케줄 상 어쩔 수 없다는 설명과 함께 거절당하기 일쑤라고 합니다. 실제로 승무원 본인의 결혼과 가족 조사, 병가 등 특별한 사유가 아닌 이상 휴가를 반려하고 있는데요.

받아놓은 휴가 역시 불완전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승무원의 휴무일은 ‘DO(Day Off)’로 불리는데요. 모처럼 휴무일에 가족과 함께할 계획을 세워도 급작스레 전화로 ‘스케줄이 바뀌었다’며 항공기에 오를 것을 종용하는 때도 있죠.

인력난에 승무원 돌려막기?


이 같은 항공사의 인력운용 행태로 인해 퇴직을 고민하는 승무원들도 많은데요. 근본적인 원인은 인력부족 때문으로 밝혀졌습니다.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 탓에 살인적인 비행 스케줄에 시달리고, 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했던 항공 승무원들은 휴일 근무와 잦은 스케줄 변동에도 비명을 지르고 싶은 심정을 직업용 미소 뒤로 애써 감추고 있는 게 현실이죠.

이에 승무원들은 근무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업계와 당국은 소극적이기만 합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주요 항공사 승무원은 월 60~70시간 비행하는데, 국내 항공사 승무원은 80~100시간을 하고 있다”며 현행보다 최소 10~20% 이상 인력을 충원하면 비행 스케줄을 무리 없이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어 항공사가 영업이익 중 10%만 승무원 채용에 쓴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