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이 없어도 탈 수 있다는
외국 지하철의 정체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놀라는 것 중에 하나가 ‘대중교통’입니다. 사실상 서울에서 대중교통만 이용하면 못 가는 곳이 없죠. 또 시설도 청결하고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교통비도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아주 편하고 깔끔한 환경 속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한국인들은 유럽이나 미국의 대중교통을 경험하며 ‘어떻게 저런 일이?’ 하며 놀라는 일이 많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기에 이토록 당황스러워하는 것일까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표를 사고 싶어도 못 사

이탈리아 버스는 우리나라처럼 교통카드를 찍어야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자동 검표기’라는 것이 있는데, 그곳에 종이 티켓을 밀어 넣으면 ‘최초 사용 일자’가 찍혀 나오고 탑승 처리가 되는 것이죠. 한번 탑승 처리가 된 티켓은 정해진 기간에만 재사용이 가능합니다. 이를 역 이용해 자동 검표기에 티켓을 넣지 않고 탑승하면 그 티켓은 언제든지 재 사용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검표원이 매 노선마다 검표를 하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불심검문이지만 사실상 검표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무임승차율이 높습니다. 현지인들은 35유로 하는 ‘abbonamento’라고 불리는 한 달 정기권을 많이 쓰고 있는데, 이조차도 따로 검표를 하지 않는다면 무한정 사용 가능하죠. 정기권은 검표기에 따로 넣을 필요가 없고 소지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볼 때는 ‘모든 이탈리아인들은 무임승차를 한다’라고 생각할 수 있죠.

이런 오해 때문에 일부 관광객들은 무임승차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고의라기보다는 표 구매가 쉽지 않아 무임승차했다고 말합니다. 표 한 장의 가격은 1.50유로로 비싸지 않지만 파는 상점이 워낙 일찍 닫아 구입하기 어렵습니다. 지하철 근처 자동판매기에서 구매가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찾기 어려운 곳에 위치해 있죠. 심지어 버스기사들조차 요금에 연연하지 않아 무임승차하지 않는 게 더 어렵다는 여행자들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이탈리아는 평소에 티켓 검사를 잘 하지 않고 있지만 혹시 무임승차를 했다가 걸리면 최대 200유로까지 벌금을 내야 합니다. ‘설마 걸리겠어?’라고 그냥 탔다가 낭패 보는 경우도 많으니 주의하셔야겠습니다. 처벌 기록이 남으면 추후 비자 발급에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탈리아에 가면 한 번에 티켓을 여러 장 사두는 걸 추천드립니다.

자율 승차는 신뢰의 상징

놀랍게도 독일은 버스는 물론이고 지하철에도 개찰구가 없습니다. 이탈리아는 그래도 지하철에는 개찰구가 있는데요. 양심에 맡기는 ‘자율 승차’는 독일 신뢰 문화의 상징이라고 일컬어지고 있죠. 다만 ‘자동 검표기’는 있습니다.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자동 검표기 안에 티켓을 밀어 넣으면 최초 사용 날짜가 찍혀 나옵니다.

만약에 무임승차를 하다가 걸리면 벌금 60유로나 최대 1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습니다. 하지만 검표를 잘 하지 않는 게 문제죠. 다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검사는 꽤 자주 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KTX 같이 티켓값이 비싼 교통수단은 반드시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독일은 무임승차 때문에 2016년 4700억 원의 대중교통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최근에는 검표원도 대거 늘리고 사복 검표원도 많이 배치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무임승차는 많습니다. 개찰구를 만들자는 주장도 있으나,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오랫동안 내려온 전통을 버리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들이 많아 개찰구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편 독일은 애완동물 관련 법이 엄격한 만큼, 개도 대중교통 이용요금을 내야 합니다. 동물도 사람과 같은 존재로 인식하겠다는 취지인데요. 한국은 대중교통 이용 시 케이지에 넣어야만 동반 탑승이 가능하지만 독일은 줄만 묶은 채 같이 탑승을 해도 됩니다. 개의 탑승료는 어린이와 동일합니다. 만약 개가 무임승차를 했다면 주인이 몇 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야 하죠.

무임승차 계모임이 존재

프랑스도 대중교통 무임승차율이 높은 나라로 유명합니다. 시내버스 무임승차율은 무려 11%죠. 프랑스는 노선도 복잡하고 티켓 종류도 다양합니다. 얇은 종이에 마그네틱 처리가 되어있는 ‘까르네’, 1주일 이용권 ‘나비고’가 기본적이고 연령과 노선에 따라 구매해야 하는 티켓이 다릅니다. 티켓이 다양한 만큼 처음 프랑스를 방문한 관광객들은 자신이 어떤 티켓을 사야 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잘못 구입하는 경우도 다반사죠.

문제는 잘못 구입해도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프랑스는 개찰구와 자동 검표기를 운용하고 있지만 성인이 어린이 티켓을 사용해도 티켓만 있다면 통과시킵니다. 하지만 불시 검문에서 어린이 티켓임이 적발됐을 경우 티켓값의 30배에 달하는 벌금을 내야 합니다. 또 프랑스 검표기는 노후된 기기가 많아 올바른 티켓을 써도 제대로 검표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검표원들은 이 같은 사정을 봐주지 않죠. 무조건 무임승차로 처리하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벌금을 낼 수밖에 없습니다.

프랑스에서는 검표원을 사칭하여 벌금을 내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한편 비정상회담 오헬리엉에 따르면, ‘프랑스는 무임승차가 너무 많아 다 같이 무임승차를 한 다음에 멤버 중에서 한 명이 검표원에게 적발되면 돈을 모아서 내주는 ‘무임승차 계모임’이 있다’라고 밝혀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워낙 검표를 안 하다 보니 ‘차라리 꼬박꼬박 티켓을 사는 것보다 무임승차 벌금을 내는 것이 경제적이다’라고 말하는 프랑스인도 있었죠.

5명 중 1명이 무임승차

2019년 자료에 따르면 뉴욕시 시내버스 승객 5명 중 1명은 운임을 내지 않고 이용하고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이는 미국 전체 평균의 2배에 이르는 수치죠.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는 뉴욕시 대중교통 이용객들이 운임을 내지 않고 탑승함으로 생기는 손실이 버스와 지하철을 포함해 지난해 2억 2500만 달러로 추산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버스 무임승차율은 무려 22%에 달합니다. 무임승차를 하는 뉴욕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묻자 잔돈이 없거나 운임을 내지 않아도 문제가 생기지 않아서 무임승차에 대한 죄책감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만약 무임승차가 적발될 시 버스 기사는 최대한 친절하게 운임을 요구하고, 이를 거절당하면 버스에 부착된 ‘F5’버튼을 눌러서 무임승차 기록을 남기도록 합니다. 이렇게 소극적인 이유는 지난 2008년 무임승차를 한 승객과 다투던 버스 운전사가 칼에 찔려 숨진 사건 이후 운전기사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