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객실 승무원은 국내 인기 직업 중 하나입니다. 비교적 높은 보수와 언제나 여행할 수 있는 점이 매력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수백 대 일의 치열한 경쟁률도 마다치 않고 승무원이 되고자 하는 취업준비생은 넘쳐납니다. 하지만 “서울서 뉴욕까지 걸어서 간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몸이 고달픈 직업이기도 한데요. 진상 고객이라도 타는 날이면 고통은 배가 되는 감정노동자이기도 하죠.

그뿐만 아니라 이들은 크고 작은 질병에 노출돼 있는데요. 시차와 상관없이 자주 비행하다 보니, 낮과 밤이 바뀐 생활로 시차 피로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건강에 여러 문제가 생깁니다. 최근에는 승무원이 일반인보다 특정 질환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과연 어떤 것인지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산재 신청한 대한항공 승무원


지난 2018년, 비행으로 인한 방사선 피폭으로 급성 골수성백혈병에 걸렸다며 산재를 신청한 대한항공 전직 승무원이 끝내 숨을 거뒀습니다. 2009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이 승무원은 6년간 북극항로를 오가며 우주방사선에 피폭된 것과 야간·교대 근무 등이 발병의 주요 원인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는데요. 그러나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밝히지 못해 산재 심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이었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승무원은 원자력발전소 종사자보다 방사선 피폭량이 높습니다. 한국원자력안전재단이 국내 항공사 승무원을 대상으로 2015년 한 해 동안 노출된 방사선량을 분석한 결과, 평균 방사선 노출량은 2.2mSv였는데요. 방사선을 다루는 비파괴검사자나 원자력발전소 종사자보다 높았습니다.

대한항공은 특히 피폭량이 많은데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 승무원의 평균 우주방사선 피폭량은 2.88mSv로 국내 항공사 승무원 중 가장 높습니다. 다른 항공사보다 노선 수가 많고 북극항로를 많이 이용하기 때문인데요. 대한항공은 뉴욕, 워싱턴, 시카고, 애틀랜타, 토론토 등 미국이나 캐나다 동부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 북극항로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우주방사선량 많은 북극항로


특히 북극은 지구에서 우주방사선이 가장 강한 지역입니다. 외부 은하나 태양에서 오는 입자가 지구의 자기장에 이끌려 들어오는 지역이 북극이기 때문인데요. 적도와 비교하면 북극의 방사능이 2~4배는 높죠. 게다가 고도가 높아질수록 방사능의 세기도 급격히 강해집니다.

이 때문에 북극항로로 가면 머리가 아프고, 속이 메슥거리며 어지럽다는 승무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승무원들이 비행 중 노출되는 우주방사선량은 일상생활에서 노출되는 방사선량과 비교해도 높지 않다는 입장인데요. 사내 항공의료센터를 개인별로 피폭량을 알려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정작 승무원들은 자신의 피폭량에 대해 알지 못하며, 확인할 방법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는데도 말이죠.

반면 외국 항공사들은 북극항로의 이용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북극항로는 일반항로에 비해 노출되는 방사선량이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일부 외국 항공사들과 대한항공은 구간이 짧아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유로 운항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암 발병률 일반인보다 높아


이처럼 우주방사선에 노출된 승무원들은 특정 질병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바로 암입니다. 국내외 여러 연구 결과 암과 승무원 사이의 연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으며, 실제 여승무원의 유방암 발생률은 일반인들보다 높다고 알려졌죠.

이미 북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항공사 객실 승무원을 조사했을 때, 일반인보다 적게는 1.1배에서 많게는 4.1배까지 유방암과 자궁암, 피부암, 전립선암, 뇌암 등의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오랫동안 방사선에 노출되면 세포에 더 많은 데미지를 주게 되고, 암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위험성도 높아진다는 것인데요. 이에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승무원의 연간 비행시간을 연간 80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대만에서는 10대 암 질병 노출 직종 보고서를 통해 승무원을 암 발생이 잦은 직종 1위로 꼽았는데요. 승무원들의 불규칙한 근무 여건상 생체리듬의 파괴는 물론 우주방사선에 노출돼있기 때문에, 적혈구 내 산소 운반 기능을 하는 헤모글로빈의 수치가 떨어지고 암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습니다.

백혈병도 마찬가지인데요. 러시아에서는 비행 승무원과 우주방사선 백혈병의 관계를 입증하기도 했죠. 한 국내 항공사에 재직 중인 승무원은 “승무원들도 매년 안전교육에서 북극항로와 우주 방사선에 대한 교육을 받긴 하지만 약식에 불과하다”며, 회사에서 방사선량 상한선을 두고 관리를 해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걱정되고 불안한 건 사실이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