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역대급’ 모기 출현

곤충 중에 인간의 최대의 적은 무엇이 있을까요? 바퀴벌레를 비롯한 각종 해충 중에서도 단연 모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름철만 되면 모기 윙윙거리는 소리 때문에 잠도 못 자고, 한번 물리면 벅벅 긁어대는 통에 몸에 흉터가 남을 때도 있는데요. 또한 인간의 피를 빨아먹고 그 피를 다른 사람에게 옮기기 때문에 말라리아, 황열, 뎅기열 등 각종 바이러스의 주요 전파원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모기는 우리에게 전염병을 옮기는 백해무익한 곤충으로 인식되고 있죠. 인간의 기술이 이렇게 발달했는데도 작은 모기와 매일 밤 싸워야 한다니, 억울하신 분들이 많을 텐데요. 올해는 좀 더 각오하셔야겠습니다. 세계 최대 모기 생산지역인 이곳에서는 현재 역대급 개체 수의 모기가 번식 중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외신들은 이 모기들이 올해 ‘역대급’일 것이라고 경고했는데요, 왜 그런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모기 공장, 툰드라

‘모기 최대 생산 지역’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지역은 바로 ‘툰드라’입니다. 툰드라는 ‘나무가 없는 언덕’이라는 뜻으로 북극해 연안의 동토지대로서 러시아 시베리아 등 고위도 한대 지역에 위치한 넓은 벌판입니다. 남반구에서도 북쪽 툰드라와 비슷한 초원을 ‘남극 툰드라’라고 부르죠. 겨울을 대표하는 흰 눈과 봄, 여름을 나타내는 푸른 이끼 등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신비로운 곳이기도 한데요.

툰드라는 일 년 중 여름을 제외한 250여 일이 눈과 얼음으로 덮여있고, 낮은 기온 탓에 나무를 비롯한 식물이 자라지 못합니다. 또한 고위도에 위치하기 때문에 태양이 지면에 닿는 시간도 다른 위도에 비해 비교적 짧습니다. 특히 일 년의 절반인 겨울철에는 해가 뜨지 않고 밤이 계속되는 ‘극야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죠.

하지만 툰드라에도 여름은 있습니다. 우리처럼 30도에 육박하는 폭염은 아니더라도 평균 기온이 0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여름이 2~3개월 존재하는데요. 이 시기에는 한밤중에도 해가 떠있는 ‘백야 현상’이 지속되며 얼었던 땅이 녹아 물웅덩이가 생깁니다. 물웅덩이는 생명체가 성장하는데 중요한 여건을 제공해 줍니다.

진화하는 툰드라 모기

하지만 모기도 함께 성장해서 큰 문제입니다. 보통 모기는 추운 계절이면 다 죽어버리기 마련인데, 극지대인 툰드라에서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요? 바로 영하의 날씨에도 살 수 있도록 적응한 모기의 놀라운 진화력 때문입니다. 모기는 겨울철 툰드라 땅 밑에서 알이나 유충으로 얼어있다가 여름이 되는 순간 녹아서 번식을 시작하는 것이죠.

녹아서 만들어진 물웅덩이는 모기에게 그야말로 천국입니다. 짧은 3개월의 여름 동안 모기는 무한 생성에 생성을 반복하게 되죠. 현재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캐나다 북부, 시베리아, 노르웨이, 핀란드 북부 등 전 지대 툰드라에 거쳐 분포해있는데요. 툰드라에는 모기의 천적이 없기 때문에 그야말로 모기의 세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수많은 모기떼를 직접 목격한 사람들은 “자욱한 연기”같다는 평을 내놓았습니다.

모기 때문에 죽는 순록

이들은 거대한 순록 무리의 피를 빨아먹고 삽니다. 병약한 순록의 경우 피가 너무 많이 빨리면 죽을 정도라고 하는데요. 또한 순록의 두꺼운 가죽을 뚫기 위해 굉장히 강하고 크게 성장했습니다. 따라서 사람의 청바지도 뚫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마치 산모기가 일반 도시 모기보다 몇 배는 강력한 것처럼 말이죠.

또한 모기는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한 산란기의 암컷 모기만 피를 빨아먹는다고 알려져 있죠. 하지만 툰드라 모기는 수컷도 피를 빨아먹도록 진화되었습니다. 본래 수컷 모기는 식물의 당즙을 빨아먹고 사는데, 툰드라에는 식물이 없으니 수컷도 동물의 피를 빨도록 업그레이드된 것입니다. 정말 무시무시한데요.

갈수록 툰드라 모기는 더욱 극성을 부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툰드라 역시 한랭 지대에서 고온 다습한 날씨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인데요. 올해 3월 영국 에든버러대 마리아나 가르시아 크리라도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툰드라에서 관목 나무가 자라는 곳이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모기 개체도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모기 멸종 시 철새 개체 수 감소

이렇게 인간에게 해만 끼치는 모기, 만약 완전히 박멸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학자들은 모기가 지구에서 사라졌을 때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가설을 세웠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는데요, 노스캐롤라이나주 환경자원부 브루스 해리슨은 “북극의 모기가 사라지면 새의 먹이도 사라지기 때문에 툰드라 지역에 둥지를 트는 철새 개체 수가 50%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다른 학자들은 툰드라 지역 새를 해부했을 때 모기 섭취의 흔적이 그다지 많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반박했죠. 또한 순록이 모기떼를 피해 바람을 거슬러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모기가 없어지면 순록의 이동경로가 바뀌고 이들이 밟고 지나가는 곳의 토양과 식생에 막대한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