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운항하는 항공사들은 당연히 탑승하는 승객이 많을수록 더 많은 돈을 벌게 됩니다. 비행기 좌석 간 간격을 좁혀 더 많은 좌석을 배치하려는 것도 되도록 많은 승객을 태워 수익을 내기 위한 항공사의 전략 중 하나죠. 하지만 이렇게 수익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항공사들도 때로는 승객이 아예 없더라도 비행기를 운행한다고 하는데요. 과연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실제로 BMed에 소속된 비행기는 2006년 10월, 런던 히스로공항과 사우스 웨일스 카디프공항을 잇는 노선을 승객 한 명 없이 운항했습니다. 이는 BMed의 런던~타슈켄트 노선 운행이 중단되면서 생긴 일인데요. 이 비행기에는 최대 124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지만, 탑승한 승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단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매주 6번씩 같은 시간에 몇 달간 지속되었습니다. BMed는 승객 한 명 없는 빈 항공기를 운항하면서 당시 환율로 약 30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비용을 사용해야 했죠. 하지만 마진이 없더라도 운항을 멈추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슬롯’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슬롯이란 특정 항공편이 운항할 수 있도록 허가받은 시간대를 말하는데요. 항공사의 수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입니다. 공항의 수용 능력이 향상되지 않는 한, 운항할 수 있는 비행기의 수는 한정돼있기 때문에 슬롯을 확보하고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죠.

런던 히스로공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제선 항공편이 이착륙하는 곳입니다. 그만큼 복잡한 교통량 때문에 새로운 슬롯 확보가 굉장히 어려운 곳이기도 하죠. 그래서 BMed의 런던~타슈켄트 노선 운항이 중단되자 다른 항공사들이 빈 슬롯에 눈독을 들였습니다.

사실상 운항이 중단되면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 히스로공항의 슬롯을 다른 항공사에 넘겨줘야 하는데요. 결국 BMed는 비용이 들지만, 다음 시즌의 슬롯 권리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장 근거리인 카디프로 일주일에 6번씩 승객 한 명 없는 빈 비행기를 운항하게 됐죠. 할당된 슬롯의 사용실적이 80% 이상일 경우에만 해당 슬롯의 권리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 운동가들은 이 비행 편에 대해 엄청난 비난을 쏟아붓기도 했는데요. 어쨌든 BMed는 항공사 운항의 기반인 슬롯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또는 경쟁사에 넘겨주지 않으려고 황금 같은 기름을 태우며 모든 손해를 감수한 것이죠.

출처: 충북일보, 경향신문

슬롯의 유지와 확보에 대한 문제는 BMed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항공사들에도 큰 고민거리입니다. 우리나라도 대형 항공사 간 슬롯에 대한 논란이 있기도 했는데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계열 LCC인 진에어, 에어서울에게 슬롯을 편법으로 부당 지원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바도 있습니다. 

슬롯은 항공사의 영업 재산권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이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요. 항공사 간 경쟁도 좋지만, 알맞은 기준과 절차에 따라 합리적으로 슬롯이 운용되어 승객과 항공사 모두가 편하게 공항을 이용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