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지갑 맞나요?’
한국 여대생들 지갑 본
일본인들이 가장 놀라는
포인트

신용카드는 물론 모바일 전자결제가 활성화된 지금, 스마트폰만 있어도 물건을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근래 들어서는 전자금융에 대한 기술이 잘 마련되어 있고 탈세방지 및 현금 관련 강력 범죄 방지를 이유로 현금거래의 비중이 더욱 작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호주, 중국 등 여러 나라가 일명 ‘현금 없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설립하기도 했죠.

더 간편한 결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인 국가들과 달리 아직 현금거래를 고수 중인 나라가 남아있는데요. 바로 여행 시 ‘동전지갑’이 필수품으로 언급되는 나라, 일본입니다. 반대로 한국의 작고 얇은 카드지갑은 일본인들로부터 ‘신기하다’라는 반응을 얻기도 했죠. 그래서 오늘은 카드보다 현금을 더 사랑하는 일본의 현금 문화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일본이 결제후진국?

일본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신용카드와 같은 캐시리스(무현금) 결제비율은 18%에 지나지 않습니다. 80%의 한국, 60%의 중국, 30~50%의 유럽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비율을 보입니다. 일본 현지 매장에서는 5000엔(한화 약 5만 5천 원) 이하의 소액결제는 현금으로 요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 동네의 마트와 식당 중에는 카드 사용이 불가능한 곳도 많죠. 프랜차이즈 가게에서도 예외 없이 카드보다 현금 거래가 더욱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전자결제가 보편화된 사회에서 일본의 현금 선호 현상은 때때로 ‘결제후진국’이라는 부정적인 단어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일본의 이토 슌이치 교수는 일본인들의 이러한 성향을 ‘슈카이오쿠레’라고 설명하기도 했죠. 이는 유행이나 화제에서 크게 늦어지거나 뒤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정작 일본인들은 현금을 사용하는 것에 있어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데요. 이토 교수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대부분 통상 반경 500m 이내에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기 때문에 카드 결제의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전자결제도 실상 현금 사용

온라인 결제가 쉽고 간편해지면서 인터넷쇼핑 및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인터넷쇼핑이 일상화되었습니다. 일본의 인터넷 결제 창에는 카드 결제, 은행 송금 말고도 독특한 결제방식이 몇 가지 더 포함되어 있는데요. ‘대금상환’, ‘편의점결제’는 전자결제지만 실질적으로는 현금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실제 많은 일본인들이 이 선택지를 선호합니다.

대금상환은 인터넷상에서 물품을 구매하면 택배 직원에게 물품 값과 배송 수수료를 현금으로 지불하는 방식입니다. 편의점 결제는 편의점 내 설치된 기계의 ‘대금지불’ 기능을 이용해 영수증 같은 종이를 출력해 편의점 직원에게 종이와 현금을 함께 지불하는 방식입니다. 대금상환은 39%, 편의점 결제는 36%에 달하는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죠. 해당 방식들은 판매 사기 위험이 덜하고 판매장 입장에서는 온라인 수신거래를 강요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개인 정보에 민감한 국민성

사실 일본이 현금을 고집하는 데에는 많은 사회적 이유가 존재합니다. 이 중에서도 개인 정보 및 보안에 굉장히 민감한 일본인의 국민성을 가장 큰 이유로 꼽을 수 있는데요. 일본인들의 80%가 카드로 인한 개인 정보 유출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알려졌죠. 또한 카드에 따른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매장은 물론 소비자까지 카드 수수료를 꺼려 하는 편입니다.

일본은 현금거래가 일상인 만큼 관련 금융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현금 인출이 가능한 ATM 기계는 길거리, 마트 등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또한 일본의 치안은 좋은 편이기 때문에 현금 분실이나 소매치기 확률이 낮아 일본인들은 현금 사용에 있어 비교적 높은 안전함을 느낍니다. 위조지폐 역시 다른 나라보다 적은데요. 중국에서 보편화된 알리페이 전자결제는 위조지폐 유통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죠.

현금과 지진이 무슨 상관?

일본이 현금을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에는 환경적인 특성도 뒷받침됩니다. 바로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본의 지리적 특성 때문이죠. 일본에서는 큰 지진 발생 시 2~7일간 전기가 끊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해당 기간 동안에는 카드 단말기를 사용하지 못합니다. 현금인출기 역시 사용이 불가하죠. 따라서 현금만이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는 유일한 거래 수단으로 작용합니다.

자연재해를 대비하기 위해 비상 가방이나 금고에 현금을 챙겨두는 일본인도 많은데요. 이는 일본어로는 ’탄수요킨’이라고 불리며 일명 ‘장롱예금’ 문화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1년 이와테현 오후나토시에 쓰나미 발생 당시 쓰나미에 휩쓸린 수백 개의 금고가 경찰서에 신고되는 사례도 있었죠. 그러나 큰 자연재해로 분실된 현금은 소유자 특정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3개월 보관 기간 동안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권리가 발견 장소의 관청으로 양도되는 일본 유실물법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인들의 현금 사랑에는 여러 가지 타당한 이유가 뒤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일본 젊은 층 사이에서는 카드 사용률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일본 정부 역시 캐시리스 결제율을 2025년까지 40%로 높이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죠. 스마트폰 결제를 위한 코드결제의 통일규격 ‘JPQR’의 보급을 가속화하고 사용 점포를 확대하는 등 정책 아래 소비자, 기업 모두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현금 없는 사회로의 도약을 시작한 일본의 캐시리스 활용도가 앞으로 더욱 극대화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