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아니었어? 이탈리아 식당에서만 볼 수 있는 ‘구멍’의 정체

코로나 확산으로 비대면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contact’와 ‘un’이 합쳐진 언택트라는 단어가 주목받기 시작했는데요. 기업들의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있으며 여행 업계에서도 비대면 관광지가 주요 키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러한 비대면 방식이 무려 몇백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레스토랑에는 건물 측면에 작은 구멍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구멍의 시작은 4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는데요. 건물의 작은 창문은 아직도 피렌체에서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이 작은 창문은 어떤 용도로 사용된 것인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400년 전 시작된 창문

페스트는 유럽에서 7500만 명에서 2억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류사상 최악의 전염병입니다. 페스트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열성 전염병으로 흑사병이라고도 부릅니다. 이 병으로 인해 유럽은 수 년에 걸쳐 대규모의 피해를 보게 되었는데요. 유럽에서 그치지 않고 중국으로 퍼졌고 중앙아시아, 중동으로까지 퍼져나갔습니다.

유독 토스카나 수도 주변 호화로운 건물 옆에서 작은 창문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원래 이 작은 창문들은 와인 생산자가 중개인 없이 직접 고객에게 판매하기 위해 고안 되었습니다. 그 당시 와인 소비는 엄청났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흑사병이 확산되기 시작하자 창문은 전염병을 피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탈리아식 비대면 서비스

오아니 창문은 높이 30cm, 가로 20cm로 만들어졌습니다. 판매자들은 이 창문을 통해 손님들에게 와인과 함께 금속 팔레트를 함께 건넸습니다. 와인을 받은 손님들은 이곳에 동전을 올려놓고 판매자는 식초로 동전을 소독한 후 가져갔는데요. 나무판자로 닫혀있는 창문을 두드리면 상인이 와인을 건네는 판매 방식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상인들은 손님이 가져온 와인잔조차 만지고 싶어 하지 않았고 직접 잔을 채우도록 하였다고 합니다. 와인 창문은 수백 년 전부터 시작된 이탈리아식 비대면 서비스인 셈이죠. 손님들은 와인 창문을 통해 더욱 합리적인 가격으로 와인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와인 창문의 활용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였고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사라진 이유는

이탈리아의 와인 창문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1996년 발생한 홍수로 인해 나무로 만들어진 창문이 영구적으로 사라졌습니다. 또한 와인 판매에 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사라지게 될 수밖에 없었는데요. 2015년 피렌체 사람들은 와인 창문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와인창문협회’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와인창문협회에서는 남아 있는 와인 창문에 명판을 붙여 와인 창문에 대해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2016년 와인 창문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와인 창문을 소개하는 책자를 만들었는데요. 여행객들이 볼 수 있도록 와인 창문 아래 배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와인창문협회에 따르면 약 267개의 와인 창문이 발견되었으며 현재 150여 개의 창문이 피렌체 구시가지에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로 다시 부활

이탈리아의 와인 창문은 코로나로 인해 몇 세대에 걸쳐 처음으로 다시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피렌체의 일부 상인들은 와인 창문을 다시 부활시켰는데요. 400년 전부터 시작된 이탈리아식 비대면 방식이 다시금 주목받은 것입니다. 와인 창문은 본래 와인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현재 다양한 음식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식당에서는 젤라토나 카푸치노, 칵테일 등 와인 창문을 통해 손님에게 다양한 음식을 건네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피렌체와 토스카나의 유명 관광지에서는 시간을 정해두고 와인 창문을 통해 손님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있죠. 코로나로 인해 와인 창문의 역사와 가치는 다시금 재조명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