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타면 가장 먼저 접하는 것 중의 하나가 기내 안전 영상입니다. 기내 좌석별로 모니터가 있다면 이 영상이, 그렇지 않다면 승무원이 직접 시범을 보이며 혹시 모를 비상상황 시 준수해야 할 사항을 차근차근 알려주는데요. 좌석에 앉아 있을 때는 반드시 좌석 벨트를 착용해야 하며, 기내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말라 등 기내 안전을 위해 지켜야 할 것들 말이죠.

항공기 사고는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에 기내 안전 수칙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인데요. 때로는 이를 무시하거나, 혹은 승무원의 말을 제대로 귀담아듣지 않아 더욱 사고가 커지기도 합니다. 과연 어떤 경우일까요?

1996년 11월 23일,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출발해 케냐 나이로비로 운항 중이던 에티오피아항공 961편은 납치범 3명에게 항공기를 점거당하게 됩니다. 납치범들은 망명을 위해 항공기 기수를 제3국인 호주로 돌리라고 요구했지만, 조종사는 연료 부족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죠.

납치범의 협박에 조종사는 호주로 향하는 척하지만, 연료가 바닥나면서 결국 마다가스카르 서부의 섬 코모로 공항에 비상 착륙을 결정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호주행을 요구하는 납치범들과 격투가 벌어져 가까운 해변에 비상착수하게 되죠. 이후 항공기는 비행 속도의 충격으로 날개와 동체 일부가 크게 파손돼 물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비상착수한 곳이 휴양지 해변이라 많은 사람이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는데요. 동시에 승객 구조에 동참하는 이들도 있었죠. 그래서 비상착수로 인한 충격으로 목숨을 잃은 몇몇 사람들 외에는 대부분 승객이 구조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그러나 놀랍게도 이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25명에 달했습니다.

전체 탑승자 175명 중 3분의 2 이상이 사망한 것인데요. 대부분 구조될 수 있었던 사람들을 구하지 못한 이유는 어처구니없게도 탈출 장비인 구명조끼 때문이었습니다. 항공기가 바다 위에 비상착수할 때까지만 해도 승객 대부분이 생존해있었는데요. 승객들이 비상착수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패닉 상태에 빠져 급하게 구명조끼를 착용한 것이 대형참사의 원인이었습니다.

이유인 즉슨 승무원의 안내와 제지에도 불구하고 탈출하기 전에 기내에서 모두 구명조끼를 부풀렸기 때문이었죠. 이로 인해 승객들은 좁은 기내에서 움직임이 둔해진데다가, 바닷물까지 밀려들면서 뜻대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바람에 비행기에서 탈출할 수가 없게 되었는데요. 해안에 있던 수많은 사람이 구조를 위해 몰려들었지만, 정작 승객들은 항공기에 갇혀 빠져나오지를 못했던 것입니다.

기내로 물이 들어오면 잠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하지만 이때 비행기 안에서 구명조끼를 부풀릴 경우에는 그대로 익사할 위험이 있죠. 따라서 탈출 전까지 구명조끼를 부풀리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실수로 부풀린 구명조끼를 원상으로 복구하는 방법도 있는데요. 구명조끼 호스 입구 쪽에 플라스틱 버튼을 누르면 호스로 바람이 빠져나와 원상복구가 가능합니다.

앞서 언급한 에티오피아항공과 다르게 올바른 구명조끼 사용법으로 대형참사를 막은 사건도 있었는데요. 2009년 뉴욕 허드슨 강에 US 에어 비행기가 비상착수했을 때는 기내 안에서 아무도 구명조끼를 부풀리지 않은 덕분에 승객 155명 전원이 생존할 수 있었죠.

이외에도 여러 항공 사고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기내 비상상황이 생기면 안전을 담당하는 승무원의 지시를 반드시 준수해야 합니다. 자신의 짐을 챙기느라 뒷줄 승객의 목숨을 빼앗거나 등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도 더러 있는데요. 비상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받은 승무원의 지시에 철저히 따르는 것이 모두가 사는 길이라는 것, 꼭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