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탈 때, 좌석은 여행의 편안함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좌석이 조금 더 넓고,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가로 매우 비싼 비즈니스석이나 일등석의 티켓을 사기도 하죠. 이외에는 보통 많은 분들이 이용하는 이코노미석이 있는데요.

하지만 이코노미석이라고 해도 모두 같은 좌석은 아닙니다. 항공기의 구조상 좋은 자리와 나쁜 자리들이 있기 마련이죠. 어떤 좌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좀 더 편안한 여행이 될 수 있기에, 이에 대한 승객 간의 경쟁도 치열한데요. 항공사 역시 수익성 제고를 위해 승객의 선호도가 높은 좌석은 추가 요금을 받고 판매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좌석인지, 지금부터 함께 알아볼까요?

비행기의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다 보면 유독 앞뒤 간격이 넓어 편하게 보이는 좌석 몇 개가 눈에 띕니다. 아예 바로 앞 공간이 다 비어있어 다리를 맘껏 뻗어도 될 듯싶은데요. 이는 바로 비상구 좌석입니다. 정확히는 비상구 옆 좌석이라는 표현이 맞을 텐데요. 이 자리는 유사시 승객들이 대피해야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장애물이 없고, 앞뒤 간격도 넓게 확보되어 있습니다.

이 비상구 좌석은 이코노미석 승객들에게 일명 ‘꿀 자리’로 불립니다. 다리를 편하게 쭉 뻗을 수 있어, 앉을 수만 있다면 비교적 편하게 여행이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대부분의 승객이 탑승 수속 카운터에 와서 제일 먼저,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바로 “비상구 자리 있어요?” 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비상구 열 좌석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보통은 앞좌석이 없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을 의자 사이에서 꺼내야 하고, 팔걸이도 올라가지 않죠. 또 영화 등을 볼 수 있는 모니터도 직접 아래서 꺼냈다가 접어둬야 하는데요. 때로는 아기들이 누울 수 있는 침대를 설치해 생각보다 여유공간을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앞에는 승무원이 앉는 접이식 보조좌석이 있어 이착륙 과정에서 승무원을 마주 봐야 하고, 좌석 앞에 절대 짐을 둬서도 안 되는 단점도 있죠.

항공기의 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이코노미석에서 비상구 좌석은 대략 8~12개 정도 됩니다. 그렇다면 이 좌석을 배정하는 방식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우선 저비용항공사는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높고, 편한 비상구 좌석을 ‘프리미엄 석’으로 분류해, 추가 요금을 받고 판매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노선에 따라 15,000원 이상의 추가 요금을 부담해야 하죠. 대신 이 좌석을 구매한 승객은 수하물이 빨리 나올 수 있도록 별도의 태그를 달아주는 등의 혜택을 주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저비용항공사의 관계자는 비상구 좌석에 대한 고객 수요가 많아 배정하는 과정에서 고객 불만이 많이 발생해, 유료로 판매하는 방식을 도입해 공정하게 판매하게 됐다고 밝혔는데요. 고객 만족도는 높은 편이고, 항공사는 추가 수익이 발생해 서로 윈윈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같은 대형항공사들은 비상구 좌석을 별도로 판매하진 않았습니다. 비상구 좌석을 배정하는 순서를 정해놓았을 뿐, 따로 추가 요금을 부과하지는 않았는데요. 매각을 앞두고 수익성 강화를 위한 조치 때문인지,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7월 1일부터 기존 선호좌석 유료 서비스 대상에 비상구 좌석을 포함했죠. 대한항공은 여전히 비상구 좌석을 판매하지 않고 있는데요. 단, 회원등급이 높거나 대한항공을 자주 이용하는 승객에게 비상구 좌석을 선배정 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죠.

일각에서는 비상구 좌석이 항공사의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게 흘러나오고 있는데요. 비상구 좌석은 비행 시 안전과 직결되는 창구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항공법에 따르면 비상구 열에 앉을 수 있는 승객은 만 15세 이상, 긴급 탈출 시 승무원에게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체력 완비자 등의 조건이 명시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항공사 대부분이 비상구 좌석을 사전 지정이 불가능한 자리로 운영해 왔죠. 하지만 이 좌석이 점차 유료화되면서, 자격 요건이 까다롭지 않은 게 문제가 되었습니다.

지난 9월에는 인천공항에서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의 여객기가 긴급 회항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륙 직후에 뜬 비상구 오류메시지 때문인데요. 사건의 전말을 살펴보면, 비상구 좌석을 유료로 구매한 60대 승객이 비상구를 열려고 레버를 건드렸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다행히 비상구가 열리지 않았지만, 안전을 위해 회항한 것이죠.

이번 사고 역시 수익성을 좇다가 안전을 등한시해 일어난 사고로 분석되는데요. 이렇게 황당한 이유로 비상구가 열린 게 처음은 아니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안전의 기본인 비상구 개폐 레버를 임의로 조작하려고 하는 위험인물을 비상구 좌석에 태웠다는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됐죠.

전 세계 항공사가 수익성을 확대하기 위해 비상구 좌석을 유료로 판매하는 추세인데요. 항공사들은 이륙 전 비상구 좌석 승객들에게 충분히 행동요령을 숙지시키기에 문제 될 게 없다고 하지만,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보다 확실한 검증과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한, 비상구 좌석을 이용하는 승객은 편리함 뒤에 커다란 책무도 함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