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비행기 탑승 시간을 기다리면서 주위를 둘러보면 기장과 승무원들이 줄지어 지나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을 유심히 보면, 멋진 항공사의 유니폼을 입고 자신의 캐리어와 가방을 끌고 걸어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과연 그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지 굉장히 궁금해 지곤 합니다.

특히 이때 승무원의 소지품보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기장들이 캐리어와 함께 들고 다니는 가방인데요. 그렇다면 항공기 기장들의 상징이기도 한 이 검은색 007가방 안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들어 있을까요?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공항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기장의 가방 안에는 항공기를 운항할 때 필요한 물품이 주로 들어있습니다. 여기에 비행 시 필요한 장비들과 각종 서류를 갖고 다니는 것이죠. 우선 승객들과 마찬가지로 기장들도 여권은 필수로 챙겨야 합니다. 이 외에는 항공사에서 발급한 사원증, 조종사 면허증,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규정이 수록된 메뉴얼(FOM) 등도 가방에 소지하고 있어야 하죠.

비행기에서 통신이나 교신을 하기 위한 필수 장비인 헤드셋도 필요합니다. 비행 시 구름에 반사된 햇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해주는 선글라스도 필수죠. 항공기에 탑승하기에 앞서 손전등으로 항공기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기 위한 손전등도 가지고 있습니다.

자주 사용하지 않은 조종술을 긴급하게 사용해야 하는 비상 상황에 대비해, 어디를 가든 반드시 비정상 업무수행 절차 메뉴얼(QRH)도 갖고 다녀야 합니다. 이는 비행기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빨리 수행해야 하는 절차가 수록되어 있는데요. 기장들은 시뮬레이터 훈련에서 이 메뉴얼을 활용해 비정상 상황을 훈련하기도 합니다.

파일럿 로그북, 즉 기장들의 개인 비행일지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출발지와 목적지는 물론 비행 편명, 비행 시간과 이착륙 횟수 등을 기장의 비행 기록을 기록하게 되는데요. 무엇보다도 현재까지의 총 비행 시간이 가장 중요한 내용이 되죠.

비행기에 탑승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기장은 기내에서 직접 방송을 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기장들은 가방 안에 기장이 해야 할 방송내용이 수록된 방송 메뉴얼도 가지고 다니죠. 여기에는 날짜와 편명, 시간, 고도 등의 수치만 빈칸으로 되어있습니다. 기장은 이 메뉴얼 대로 글자 한 자 틀림없이 읽어 나가야 하죠. 방송 메뉴얼의 내용은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 순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또 하나, 기장들에게 가장 중요한 책 중 하나인 젭슨 메뉴얼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 공항 및 항공로 지도 등이 수록되어 있는 책자인데요. 국가별 각 항로와 공항의 각종 항법 장비, 조종 시 유의 사항 등의 정보가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항공기를 운항, 조종하는 기장의 가방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나 마찬가지죠.

이처럼 많은 정보를 담았기 때문일까요? 젭슨 메뉴얼은 그동안 기장들이 휴대하는 가방에서 가장 큰 부피와 무게를 차지했는데요. 더욱이 이 정보는 한 달에도 수십 차례 바뀌기 때문에 수시로 종이를 갈아 끼워가며 업데이트를 해야 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기장들은 안전 메뉴얼과 항공사의 메뉴얼 등의 서류들을 반드시 지참하게 돼 있습니다. 이 무게만 해도 무려 11kg이 넘는데요. 국내 항공사들의 경우에는 메뉴얼이 영문판뿐 아니라 한국어판으로도 돼 있어 두 배로 더 무겁죠. 서류 대신 전자비행 가방이라는 휴대용 컴퓨터를 사용하는 항공사도 있으나 이 또한 무게가 만만찮고, 조종석 주변에 부피를 많이 차지합니다.

따라서 지난 1월부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종이나 하드카피 형태의 비행참고자료 대신, 해당 정보를 담은 아이패드를 사용하도록 허락했는데요. 태블릿 PC는 무겁고 부피가 큰 항공 메뉴얼을 1kg이 채 되지 않는 기기에 모두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운항 편의성을 크게 향상할 수 있죠. 미국과 같은 항공 선진국에서는 기장들에게 이미 이를 도입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당연히 사복과 속옷, 양말 등의 개인 물품과 메모지, 휴지, 비상약 등의 물건도 들어있는데요. 여분의 돈과 가이드북, 읽을 책과 간단한 간식거리 등도 있죠. 아무래도 기장은 비행 안전을 책임지는 막중한 책임을 지닌 만큼, 그들의 가방 속에는 개인 물품보다는 항공기의 운항을 위한 장비와 서류들이 많다고 볼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