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돼있는 분위기입니다. 그럼에도 북한과 관련한 영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는 줄줄이 방영되고 있는데요. 지난달에는 백두산에서 화산이 폭발해 우리 군이 북측에 침투한다는 스토리의 영화 ‘백두산’이 개봉했고, SBS에서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들의 실제 북한 여행기를 다룬 ‘샘 해밍턴의 페이스北’도 방송됐죠.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 DMZ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북한군 장교의 러브스토리를 다룬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도 tvN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데요. 최근에 나오는 북한 관련 콘텐츠들 때문인지, 실제로 북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죠. 그래서 오늘은 북한여행을 가면 겪을 수 있는 일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나 갈 수 없는 북한여행


사실 우리에게 북한은 매우 가기 힘든 곳입니다. 여행도 마찬가지죠. 일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방문증명서 없이 이북과의 접촉 시에는 즉시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되기 때문인데요. 단, 북한의 초청을 받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대북사업협의나 교류행사 참석 등을 위한 목적으로 북한 방문을 할 경우 북한 측 초청장이 있으면 그것을 신변안전 보장 약속으로 간주하고 방북을 승인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에 갈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 남북분단의 현실에서 이는 사실상 불법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과거 2000년대에는 햇볕정책의 일환으로 금강산과 개성 등의 북한 일부 지역을 방문할 수 있었는데요. 2008년 7월 박왕자 씨 피격 사건 이후로는 모든 북한여행이 중단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국적이지만, 해외 영주권을 가지고 해외에 거주하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과거에는 허가만 받으면 북한을 방문할 수 있었는데요. 2018년 11월부터는 북한이 대한민국 국적의 해외 영주권자에 대해서도 입국불허 조치를 내렸습니다. 따라서 국적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은 북한에 입국할 수 있는 방법이 없죠. 대한민국 국적과 외국 국적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복수 국적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의 북한여행 금지 조치


미국 역시 웜비어 사건 이후인, 2017년 9월 1일부터 현재까지 북한여행을 금지하고 있는데요. 특별승인 없이 북한에 방문할 경우 여권이 무효화 되고, 중범죄로 기소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이를 위반할 경우 벌금과 함께 최고 1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죠.

만약 공식적인 방북 승인을 받더라도 유서와 보험 수혜자 지정, 재산처리, 위임장까지 작성한 후 떠나야 한다고 합니다. 이에 미 국무부는 “북한을 여행하는 미국인들에게 장기 구금과 체포의 심각한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며, 미국과 북한의 북핵 협상 재개를 위한 노력이 교착된 상태에서 이런 조치가 나왔다고 설명했죠.

북한여행을 선택하는 외국인들


반면 대한민국과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국민은 북한여행이 가능합니다. 북한 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외국 여행사를 통하면 북한여행이 가능한데요. 특히 유럽이나 중국에는 이렇게 외국인들의 북한여행상품을 취급하는 여행사가 많죠.

이들 여행사는 ‘은둔의 왕국’, ‘잊지 못할 경험’,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 ‘안전한 나라’ 같은 문구와 사진을 이용해 북한을 이색적이고 흥미로운 나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북한여행을 다녀온 이들이 올리는 호평 섞인 후기도 외국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요. 미국의 커뮤니티 사이트인 쿼라에는 북한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가 종종 올라오기도 합니다.

대체로 북한여행은 개인이 아닌 단체로 이뤄지며 자유여행이 없습니다. 특히 외국인 여행객들에겐 현지 감독관이 붙어 여행 기간 내내 밀착 감시를 하기도 하죠. 여행 상품은 평양 시내 투어, 평양 마라톤 대회 참가 등 꽤 다양한 편인데요. 북한은 세계적으로 빈곤한 국가 중 한 곳이며, 물가도 싸므로 여행 비용이 매우 저렴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의외로 비쌉니다.

웜비어가 이용하기도 했던 북한 전문 여행사인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에 소개된 여행상품을 보면 평양 시내 자전거 관광과 DMZ 방문이 포함된 4박 5일 일정이 약 135만 원입니다. 고려 투어스는 신의주 국경마을 관광과 금강산 하이킹 등을 포함한 패키지여행을 1인당 235만 원에 판매 중이죠. 헬기를 타고 40여 분간 평양 상공을 둘러보는 헬기투어도 약 22만 원입니다. 또한, 북한 모든 투어 프로그램에는 고가의 집단체조 공연이 필수 코스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행지로 북한을 선택한 이유


북한여행에서는 엄격한 규칙이 요구되는데요. 여행객들의 후기에 따르면 북한은 입국 시 여권을 모두 거둬 간 뒤 출국 때 돌려준다고 합니다. 대신 한글로 쓰인 외국인 신분증을 주어 여권 대신 쓰도록 하죠. 야간에는 호텔 밖으로 나갈 수 없고, 사진도 허락된 곳에서만 찍을 수 있습니다. 노트북과 태블릿 등을 가지고 들어갈 수 있지만, GPS는 쓸 수 없는데요. 특히 정치 선전물을 훼손하거나,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을 접거나 찢어서는 절대 안 되죠.

규칙을 지키지 못했을 때의 처벌은 혹독합니다. 호텔에서 정치 포스터를 가져가려던 미국인 웜비어는 15년 강제노역형을 받고 억류됐었죠. 미국인 제프리 포울은 2014년 북한 여행 중 나이트클럽 화장실에 성경을 놓고 갔다는 이유로 수개월 동안 구류를 살기도 했는데요. 이런 좋지 않은 사례가 있음에도 외국인들이 북한여행을 떠나려고 하는 이유는 뭘까요?

북한여행을 다녀온 여행객들에 의하면 “북한의 사회는 어떻게 굴러가는지, 좀처럼 알려지지 않는 그곳의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고 싶다는 마음에 북한행을 택했다”고 말하는데요. 그러면서 북한여행은 남다른 삶의 보람과 기쁨을 일러준다고 밝혔습니다. 깨끗한 물과 끊기지 않는 전기, 마음껏 사용하는 인터넷 같은 일상을 자유롭게 누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된다는 것이죠. 자신이 살아온 삶에 새삼 감사하게 된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북한과 같은 폐쇄 국가가 왜 외국인 여행객을 받아들이는 걸까요? 제일 중요한 목적은 돈입니다.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당하고 있는 마당이니 관광은 중요한 자금줄이기 때문이죠. 북한은 외화벌이를 위해 외국인에게 제한적인 관광을 허락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 개별관광은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발언했는데요. 최근 통일부도 대한민국 국민의 북한 개별관광 허용에 대해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죠. 물론 북한의 ‘신변 안전 보장 조치’를 전제로 달긴 했지만, 과연 북한여행이 안전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