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고, 더구나 만삭의 몸으로 비행기를 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기내의 높은 기압과 좁고 불편한 자리가 태아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리는 없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비행기 탑승 규정에 ‘만삭의 임산부는 탑승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종종 기내에서 출산이 이루어졌다는 뉴스도 들려오죠.

여기서 슬며시 궁금해지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대부분의 항공사는 임산부가 탑승할 수 있는 기준을 임신 32주, 약 8개월까지로 삼고 있는데요. 32주 이상인 경우 의사 소견서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죠.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기내에서 출산까지 하게 되는 걸까요?

비행기 내부의 환경은 지상과 비교할 때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건강한 사람은 이런 환경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데요. 그러나 아기를 가진 여성이라면 주의해야 할 점이 있죠. 우선 기내의 기압은 지상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장내 가스가 팽창하면 임산부의 복부에 압박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임산부는 기내에서 콜라와 사이다 등 장내 가스를 유발하는 탄산음료는 피하고, 과식도 하지 않는 것이 좋죠.

항공기는 이상 기류로 인해 갑자기 요동칠 수 있으므로 이런 상황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그래서 좌석에 앉아 반드시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것이 좋은데요. 하지만 임산부는 이 상태로 장시간 비행하면 커진 자궁에 의해 대정맥이 압박을 받아 다리가 붓는 하지 부종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기내는 산소량이 부족하고 기압이 낮아 임산부에게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데요. 이런 이유 때문에 항공사는 임산부의 비행기 탑승에 제약을 두고 있습니다. 물론 32주 미만의 임산부는 일반인과 다름없이 항공기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32주부터 36주 사이의 임산부는 탑승 수속 시 의사 소견서와 건강 상태 서약서를 제출해야만 하죠.

임신 37주 이상부터는 비행기 탑승이 거절됩니다. 임산부가 비행기에서 출산 진통을 하게 되면 긴급착륙을 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렇게 되면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들의 일정이 모두 꼬여버리게 됩니다. 또한, 기내에는 기본적인 응급 처치 키트만 있을 뿐, 출산을 위한 장비는 전혀 없어서 임산부의 안전이 보장될 수 없는데요. 운이 좋아 탑승객 중 의사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뉴스에 보도된 기내 출산은 어떻게 된 일일까요? 흔한 일은 아니지만, 이는 조산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상에서도 조산은 위험하다고 할 수 있는데 환경이 열악한 비행기 안에서는 더욱 위험하죠. 그래서 비행 중 태어난 아이는 세간의 관심과 함께 많은 축복을 받곤 합니다. 타이항공과 에어아시아 등에서 기내 출산 신생아에게 평생 무료 항공권을 선물한 바 있죠.

하지만 원정출산을 목적으로 비행기에 탑승했다가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기내에서 출산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항공사에 임신주수를 속이고 탑승했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 지난 2015년 타이완에서 미국으로 가던 비행기 안에서 한 여성이 승객과 승무원의 도움을 받아 기내에서 극적으로 출산한 일이 있었죠. 천만다행으로 승객 중에 의사도 있었는데요.

전 세계에 감동을 줬던 이 산모는 며칠 뒤 재킷을 뒤집어쓴 채 타이완으로 돌아왔습니다. 원정출산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한 것으로 드러나 추방됐기 때문이죠. 임신 32주 이상이면 비행기에 탈 수 없는 규정을 피하고자, 임신 기간을 6주 줄여 30주라고 거짓말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이륙 직후부터 진통이 시작됐지만, 승무원들에게 미국 영공에 진입했는지를 물으면서 아기를 낳지 않고 버틴 것으로도 알려졌죠. 이는 아기에게 미국 시민권을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실 이 같은 해프닝은 극히 드문 경우인데요. 굳이 항공사 금지 규정이 아니더라도 만삭의 몸으로 비행기를 타는 산모는 없습니다. 기내에서 출산을 하는 것은 정상 분만보다는 잘못될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인데요. 기내의 다이내믹한 출산 체험, 또는 아기의 특정 국가 시민권 취득보다는 아기의 건강이 훨씬 더 소중하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