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아무리 영화를 보고 식사를 한다고 해도 좁은 장소에서 오랫동안 앉아있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죠. 긴 비행시간 동안 좁은 기내 복도를 쉴새 없이 왔다 갔다 하는 승무원도 힘들 긴 마찬가지입니다. 

최대 17시간까지 장거리 비행을 하는 조종사와 승무원들에게도 적당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죠. 이들의 컨디션은 승객의 안전과도 직결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비행기 안에는 이들을 위한 휴식공간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바로 벙커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승무원들은 비행 시 정해진 시간에 교대로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게 되죠. 하지만 비행기를 수없이 탔어도 이런 공간은 본 적이 없을 텐데요. 승객은 볼 수 없는 곳에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비밀스러운 공간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벙크는 항공사와 비행기 기종에 따라 구조나 위치가 다른데요. 주로 1등석과 조종실 사이 혹은 비즈니스 좌석 사이나 항공기 뒤편, 꼬리 날개 쪽에 숨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위치도 100% 맞는 건 아닙니다. 항공사에서 비행기를 구매할 때 규모나 위치를 별도로 지정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입구 자체가 좁거나 숨겨져 있어 일반 승객들은 알 수 없다고 하는데요. 이 비밀의 공간에는 비밀번호나 보안 카드 등을 통해서만 출입할 수 있죠.

벙커의 인테리어 역시 기종에 따라 다릅니다. 물론 침대와 커튼 등 넓은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 곳도 있지만, 대개는 기내 공간활용을 위해 협소하고 좁게 만들어져 있죠. 내부에는 인터폰과 에어컨이 있고 항공사에 따라 영화를 볼 수 있는 모니터를 달아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벙커 실내가 비좁고 잠을 청하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비행 피로를 제대로 풀기는 쉽지 않다는데요. 국내 항공사 승무원 지인의 경험담에 의하면 마치 관 속에 들어가 자는 느낌이라고 합니다. 승무원들은 보통 9시간 이상의 비행이면 벙커에서 2~4시간 정도의 휴식시간이 주어지는데요. 사무장의 오더에 따라 두 팀으로 나누어 휴식을 취합니다. 반면 저가 항공사의 경우 비행기가 작다 보니 벙커가 없는데요. 이럴 때는 맨 뒷자리의 일반 승객 좌석을 활용해 교대로 휴식을 취하게 되죠. 

승무원 뿐만 아니라 항공기의 안전 운항을 책임지는 기장에게도 휴식 공간이 주어지는데요. 조종실 바로 아랫부분에 침실 공간이 숨어 있다고 합니다. 기장의 휴식 공간은 넓은 수면 침대와 비즈니스석과 같은 좌석이 있는데요. 일부 항공사의 기종에는 조종사를 위한 비교적 고급스러운 공간과 독립된 화장실, 세면 시설 등도 갖추고 있다고 하네요.

비행기 안의 주방이라 불리는 갤리라는 공간도 있습니다. 갤리에서는 기내식과 음료 서비스를 준비하고 냉각, 가열 등의 간단한 조리를 할 수 있는데요. 갤리는 오븐과 카트, 컨테이너 보관함 등의 여러 개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죠. 카트에는 식사 서비스에 나갈 기내식이 실려있으며 컨테이너에는 서비스에 도움이 되는 각종 물품이 들어 있습니다.

또한, 바쁘게 움직이는 승무원들의 옷맵시와 간단한 화장을 고칠 수 있는 작은 공간도 포함하고 있는데요. 승무원들은 이곳에서 허겁지겁 밥을 먹기도 하고,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며 잠시 쉬기도 합니다. 이곳도 승무원의 업무 공간인 만큼, 매너 있는 승객이라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겠죠? 

장시간 비행기를 탈 때면, 서비스를 끝내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승무원들의 행방이 궁금해질 때가 많았는데요. 그들에게도 긴 시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니 다행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비행기 속에 승객이 잘 모르는 공간들이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게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