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비행기도 자동차처럼 주차비를 낸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비단 주차비뿐만이 아닙니다. 착륙비와 조명료, 계류장 사용료 등 비행기가 땅으로 내려오는 모든 순간이 공항에게는 ‘돈’이 되는데요.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한 거대한 공항들이 유지되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죠. 그렇다면 비행기가 공항에 내는 주차비는 과연 얼마일까요?

공항 수입의 원천


공항이 돈을 버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면세점 같은 상업 시설이나 토지, 건물 등을 빌려주고 임대료 등을 받는 ‘비항공수익’과 비행기가 공항에 내는 수수료인 ‘항공수익’이 있죠. 그렇다면 비행기는 언제 수수료를 내는 걸까요? 바로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할 때입니다. 이를 착륙비라고 부르는데요. 보통 최대이륙하중이라는 각 비행기가 지탱할 수 있는 최대 무게를 기준으로 산정이 됩니다. 따라서 크고 무거운 비행기일수록 돈을 더 많이 내야 하죠.

물론 착륙비로 끝난다면 좋겠지만, 비행기는 공항에 주차비도 내야 합니다. 자동차가 주차장에 주차비를 지불하는 것처럼 말이죠. 비행기가 내는 주차비는 주기료라고 부르는데요. 이 주기료는 나라마다, 공항마다 다 다릅니다. 대체로 크고 복잡한 공항일수록 비싸고 작고 한산할수록 저렴한 편인데요. 이 또한 착륙비와 마찬가지로 최대이륙하중을 기준으로 계산됩니다.

착륙비와 주기료 외에도 항공사는 공항에 조명료와 탑승교, 계류장 사용료 등을 추가로 내야 하는데요. 승객이 공항시설이용료를 내듯, 비행기도 지상에 내려오면 공항을 이용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죠. 설립과 유지를 위해 어마어마한 비용이 필요한 공항에서, 이런 항공수익은 공항의 매우 주요한 수입 원천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1대당 평균 45만 원


그렇다면 비행기의 주차요금인 ‘주기료’는 과연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지는데요. 지금부터는 인천공항을 기준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인천공항은 비행기가 착륙해 주기 한 뒤 3시간까지는 무료지만, 이후부터는 30분 단위로 요금을 부과하는데요. 주기료는 비행기의 기종의 무게마다 다르나, 1대당 평균 45만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선 200톤 이상의 비행기는 30분당 21,800원의 요금과 1톤 초과 당 80원의 추가비용을 내야 하는데요. 예를 들어 204톤인 보잉 767-400기는 1시간에 44,240원, 10시간이면 442,400원, 24시간이면 1,061,760원의 주기료를 내야 합니다.

취항 당시 ‘하늘 위의 호텔’로 불리던 에어버스의 A380 기종은 무게가 무려 570톤에 달해 요금이 가장 비싼데요. 30분마다 거의 7만 원에 가까운 요금이 붙게 됩니다. A380 1대가 24시간 주기장에 머물 경우에는 240만 원의 주기료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항공사 울리는 주기료


전 세계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공항이 텅비고 항공사들도 잇따라 운휴와 노선 감편에 들어갔습니다. 대한항공은 여객기 140여 대 가운데 100대 넘게 운항을 못하고 있고, 제주항공을 비롯한 저비용항공사도 마찬가지인데요. 이 때문에 현재 공항의 주기장은 날개 꺾인 비행기들로 가득 찬 상태죠.

지난주 인천공항에 세워진 비행기는 평상시보다 2배가량 늘어난 193대였는데요. 원래 정해진 주기장은 156개뿐이라, 37대가 임시 공간으로 밀려났죠. 주기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심지어 터미널과 활주로를 잇는 유도로까지 장기 주기장으로 전환해 사용 중입니다.

항공사들은 주기 공간을 확보했어도 주기료에 또 한 번 몸살을 앓고 있는데요. 운휴 비행기가 늘어나면서 공항에 지불해야 하는 주기료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기 때문이죠. 주기장에 들어간 항공기가 몇 대냐, 기종의 무게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대의 고정 비용이 나가고 있는데요. A380 기종 10대를 보유한 대한항공은 한 달 동안 운항 없이 주기장에 비행기를 세워두면 약 7억 3천만 원 상당을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주기료 3개월간 면제


이미 직원 5명 중 1명꼴로 휴직에 들어간 항공사들로선 1대당 하루에 최대 200만 원에 달하는 주기료는 큰 부담입니다. 따라서 주기료를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 비행기에 승객 대신 짐만 실어 화물기로 띄우거나, 정비 일정을 앞당겨 시행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데요.

문제는 코로나19의 여파 때문에 비행기가 언제 다시 운항을 시작할지 짐작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벼랑 끝에 내몰린 항공업계를 위한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요. 항공사도 정부의 즉각적이고도 파격적인 지원책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정부는 이달부터 석 달간 주기료를 전액 면제해주기로 했는데요. 신종 코로나 여파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공항에 머무는 비행기가 크게 늘고 있어서입니다. 감면액은 약 79억 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항공업계는 여전히 아쉽다는 반응입니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유동성 확보인데 정부의 대책엔 자금 지원 부분이 빠졌기 때문이죠. 항공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거의 모든 항공사가 적자를 기록하는 등 고난의 행군을 이어갈 전망인데요. 하루빨리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극복되어, 항공업계가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