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생필품 사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이라 자부해 온 국가들도 예외가 아닌데요. 화장지와 식료품, 상비약 등을 싹쓸이해 가는 바람에 대형 마트의 진열대가 텅 빈 사진들이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죠. 생필품을 서로 먼저 차지하겠다고 다투는 모습도 보이는데요.

카트를 끌고 계산대로 향하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각자 스스로 살기를 도모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읽힙니다. 각국 정부가 ‘이웃을 위해 멈춰 달라’고 호소하지만, 사재기 열풍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죠. 그러나 우리나라의 풍경은 다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한동안 마스크와 손 세정제 매점매석이 있었지만, 일반 생필품 사재기는 거의 없었는데요.

위기 속에 빛나는 시민의식


지난 2월, 대구에서는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 이후 확진자와 사망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도 사재기를 찾아볼 수 없었는데요. 대구 시민은 이런 상황에서도 서로를 격려하는 시민의식을 발휘했습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마스크 양보 운동과 함께, 경기 악화로 비상에 걸린 자영업자 살리기 운동이 자발적으로 벌어지기도 했죠.

대구 서문시장과 수성시장, 대학가 원룸가 등에서는 한 달 임대료를 받지 않는 등 고통을 분담하려는 시민들의 정신이 빛을 발했습니다. 이같은 온정의 물결은 오랜 지역감정과 역사적 악연마저 뛰어넘기도 했는데요. 대구와 광주의 ‘달빛동맹’은 의료물품 기부를 넘어 병상 나눔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전국 곳곳에서도 온정의 손길이 함께했습니다. SNS 등 온라인에는 ‘힘내요 DAEGU’, ‘힘내라 대구·경북’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응원이 줄을 이었고, 각계각층은 마스크와 손소독제, 식료품 그리고 성금을 대구에 전달했죠. 게다가 모두가 한마음으로 의료진과 병원 관계자, 공무원 등을 응원하는 편지를 보내 이들을 울컥하게도 했는데요.

전국의 의료진들은 대구의 의료공백을 막고자 목숨을 걸고 대구로 집결했습니다. 정치인에서 의사로 잠시 돌아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부인 김미경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와 보름간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펼치면서 대구의 열악한 상황, 안타까운 사연을 직접 전하기도 했죠.

그는 의료봉사를 마친 후 자가 격리 중인 근황을 전하며 “대구에서 환자 수가 줄어든 것은 전적으로 대구시민들의 높은 시민의식 때문”이라고 말했는데요. 많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개인위생, 마스크 쓰기 등을 충실히 하며 확산을 막았기 때문이죠. 이런 성숙한 시민의식 덕분에 대구의 시민들은 조금씩 일상생활을 되찾아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움직임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을 선언한 가운데, 외신들은 각기 자국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며 한국을 모범 사례로 들고 있습니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움직임인데요. 한국의 시민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정부의 권고에 따라 주요 모임을 비롯해 대규모 행사도 취소했다는 것이죠.

대다수 확진자가 나온 대구는 정부가 도시를 봉쇄하지 않고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방문을 자제하면서 관리됐다고 전했는데요. 대부분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를 우선시해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있고, 주요 건물에는 열 화상 카메라와 손 소독제가 비치돼있다며 이는 다른 나라에서도 배울 만한 점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해외의 안전 불감증 논란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과 더불어 개인위생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한국과 달리, 프랑스에서는 감염병 위기 와중에도 대규모 야외 행사들이 열려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지난 7일 서부 랑데르노에서 열린 스머프 축제를 안전불감증의 대표 사례로 지목하는데요.

만화 스머프의 팬들이 스머프 분장을 하고 모이는 이 축제에는 3,500명 이상이 참가해 작년 독일이 세운 2,762명의 기록을 깨고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죠. 대통령이 특별담화를 통해 전국에 휴교령을 내리고 100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의 개최도 금지했지만, 여전히 산발적으로 사람들이 다수 모이는 집회나 행사가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도심의 카페와 레스토랑에도 여전히 손님들이 북적이는 곳이 많고, 보건당국이 양 볼을 마주 대고 인사하는 프랑스식 인사법인 ‘비즈’를 하지 말라고 권하는데도 여전히 많은 프랑스인이 비즈로 인사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죠. 게다가 파리 시내에선 아직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벌써 1,000명에 육박한 이란도 수많은 사람이 모이는 신년 전야 축제를 강행했는데요. 축제로 인해 수백 명의 사상자까지 나와 안전 불감증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이란 정부는 방역을 위해 최근 전국적인 준 봉쇄 조치를 단행해 대학과 상점, 사업장이 모두 폐쇄됐죠. 그러나 시민들은 당국의 보건 지침을 무시하고, 조치를 따르지 않는 일이 다반사라고 하네요.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한국의 치사율은 0.7%로 세계 평균인 3.4%보다 훨씬 낮은 상황입니다. 이외 도시 봉쇄나 도로 폐쇄도 없이 코로나19를 통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인들의 놀라운 시민정신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인데요. 모두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는 만큼, 이럴 때일수록 위기를 함께 극복하려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