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만든 불황의 쓰나미가 여행에 이어 호텔까지 덮쳤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호텔산업이 생존의 기로에 놓인 가운데, 국내 호텔도 예외는 아닌데요. 감염 우려로 내·외국인 고객의 발길이 뚝 끊기며 중, 소형 호텔뿐 아니라 유명 특급호텔마저 휘청이기 시작했죠.

대부분 전체 객실의 90%가 비어 있는 상태인데요. 이에 일부 호텔들은 각양각색의 상품을 내놓으며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평소엔 보기 힘든 초특가 할인 행사를 선보이는 곳도 많아졌죠. 그렇다면 과연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호텔 상황은 어떤지,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5성급 호텔도 임시 휴업


최근 서울 시내 주요 호텔들의 객실은 텅 빈 상황입니다. 평소 60~70%에 달하던 객실점유율이 이달 들어 10~20%에 머물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데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1월, 호캉스 인파로 주말이면 만실에 가까운 투숙률을 기록했던 것과 정반대의 모습이죠.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중, 소형급 호텔을 시작으로 휴업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5성급의 대형 특급호텔마저 휴업이나 긴축경영 카드를 꺼내 드는 상황이죠. 특급호텔은 객실점유율 60~70%를 유지해야 수익을 내는데, 현재는 사실상 신규예약이 제로에 수렴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고육책을 꺼내 든 곳은 국내 최대 호텔 체인인 롯데호텔입니다. 지난달 임원 급여를 3개월간 10% 반납기로 결정한 데 이어, 4월 한 달 동안 희망직원을 대상으로 유급휴직을 실시하기로 했는데요. 워커힐호텔앤리조트도 지난 23일부터 한 달간 그랜드 워커힐 서울의 영업을 중단했습니다. 서울 시내 5성급 특급호텔의 영업중단은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죠.

워커힐 측은 고객과 임직원 안전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업계는 코로나19로 투숙객이 급감하며 운영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업계 관계자는 “문을 열 수록 손해만 발생하고 있는 상황으로 앞으로 셧다운 하는 곳이 더욱 늘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언택트’ 호텔 패키지 출시


날로 높아지는 공실률로 수익이 바닥을 기면서 호텔업계의 경영적자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호텔들이 ‘언택트’를 강조하는 패키지까지 내놓으며, 손님들 발길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죠. 다른 투숙객이나 호텔 직원과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1인용 패키지를 만드는가 하면, 레스토랑에는 뷔페 공간을 없애고 100% 테이블 서빙으로만 운영하는 것 등이 대표적입니다.

레스케이프호텔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하자, 1인 전용 패키지인 ‘러브 미’를 내놓았는데요. 예전에도 싱글족 호캉스 상품을 간간이 팔았지만, 이번에는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한 것이 차이점입니다. 우선, 식사는 호텔 내 식당을 찾는 것이 아니라, 방으로 가져다주는 인 룸 다이닝으로 해결할 수 있게 했는데요. 체크아웃도 객실마다 비치된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데스크에 들르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롯데호텔 서울은 자차에서 내리지 않고 최소한의 접촉으로 호텔 식음료를 구매할 수 있는 일명 ‘드라이브 스루’ 상품을 선보였습니다. 호텔 일식당과 베이커리 메뉴를 온라인 또는 전화로 주문 후 결제하면, 호텔 정문 앞 별도 공간에 잠시 정차한 뒤 예약한 상품을 바로 받아 갈 수 있는 서비스죠.

룸 서비스 조식과 숙박을 묶어 ‘객실 안에서 편안하게 아침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패키지들도 많습니다. 시그니엘과 워커힐호텔, 파크하얏트서울 등이 대표적인데요.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이 벌어지면서 언택트 서비스를 대폭 강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20만 원대 스위트룸까지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객실료를 떨어뜨리지 않던 특급호텔들까지 방값을 최대 90%까지 할인하고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있는데요. 온라인 여행사를 통하면 특급호텔의 일반 객실을 평일 기준 모두 10만 원대 초중반에 예약할 수 있습니다. 평소 30만 원 안팎 하던 것이 반값도 안 되는 수준에 나온 모습이죠.

3~4성급의 비즈니스호텔 가격은 더 파격적입니다. 10만 원 이상이던 객실료가 5~6만 원까지 내려왔는데요. 신라스테이, 롯데시티호텔 등 대기업 계열 호텔도 마찬가지죠. 업계 관계자는 “세일은 호텔이 마지막 남은 수단을 쓴 것”이라며, 서울 시내 호텔 객실이 이렇게 싼 가격에 무더기로 나온 것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특급호텔 스위트룸 할인 판매까지 나섰는데요. 방값을 최대 90%까지 할인하고, 각종 혜택을 부여해 전체 가격을 반값 이하에 판매하고 있죠. 코로나19로 인해 주중 객실점유율이 낮아지면서, 빈 객실을 방치하기보다는 스위트룸의 높은 가격 문턱에 부딪혔던 2030 수요를 노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롯데호텔월드는 주중 스위트 객실을 정상가 대비 최대 90% 할인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헬시하우스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는데요. 객실별로는 슈페리어 스위트룸 패키지 29만 원, 디럭스 스위트룸 패키지 37만 원, 프레지덴셜 스위트룸 패키지 50만 원 등 입니다. 가장 저렴한 슈페리어 스위트룸의 정상가는 객실 단품 기준 80만 원대로 이를 90% 할인해 패키지 금액에 포함한 것이죠.

업계에서는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며,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추가적인 활로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인데요. 언택트 서비스를 더한 패키지와 할인 혜택 등을 통해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받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심각한 경영난을 빠져나오기엔 여전히 역부족인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