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비행기 탑승 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활주로인데요. 활주로는 비행기가 이륙 전 속도를 높이거나, 착륙 후 속도를 줄이기 위해 긴 직선으로 제작된 특수 목적의 도로를 의미하죠. 공항 터미널과 함께 공항의 필수 요소 중 하나인데요. 주로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포장되며, 비행장으로 불어오는 바람의 방향과 일치하도록 설치하는 것이 통례입니다.
공항의 규모에 따라 활주로가 하나부터 여러 개까지 차이가 나기도 하는데요. 활주로의 길이에 따라 띄울 수 있는 기종 또한 달라집니다. A380과 B747 같은 대형 기종일수록 활주로의 길이도 길어지게 되죠. 그런데 공항에서 무심코 활주로를 봤을 때, 큼지막하게 숫자들이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활주로에 적힌 숫자에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오늘은 공항 활주로에 대한 재미있는 상식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활주로에 적힌 숫자, ’37’은 없다
활주로에 적힌 숫자는 다름 아닌 ‘활주로 번호’입니다. 이는 비행기 기장에게 어떤 활주로에서 이륙과 착륙을 해야 하는지 설명해주는 수단이기도 한데요. 공항의 구조를 잘 모르더라도 활주로 번호를 보고 방향을 살핀다면 안전하게 이착륙 지점에 도달할 수 있죠.
그런데 이 활주로 번호는 1부터 36까지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어느 공항을 가더라도 36이 넘는 활주로 번호는 볼 수가 없죠. 이는 활주로 번호가 나침반의 방위각을 의미하기 때문인데요. 36이라는 숫자는 나침반의 최대 방위각인 360°를 나타내는 셈이죠. 즉, 활주로 방위를 10으로 나눠 소수점을 제외한 정수로 표시한 것입니다.
이 숫자는 나침반 사용법과 같이, 북쪽을 기준으로 활주로가 가리키는 방향의 각도에 따라 번호가 부여되는데요. 따라서 북쪽엔 활주로 번호 36(360°)이 있고, 맞은편 남쪽엔 18번(180°), 서쪽엔 27번(270°), 동쪽은 09번(90°)이 자리 잡고 있죠. 그래서 활주로 끝과 끝에 적힌 숫자의 차이는 항상 18이 되는데요. 두 숫자 사이의 각도가 180°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규모가 큰 공항은 같은 방위에 여러 활주로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방위가 같으므로 동일한 번호를 쓸 수밖에 없는데요. 이때는 번호가 겹치는 것을 막기 위해 왼쪽 활주로에는 L, 중간에는 C, 오른쪽에는 R을 써서 혼동을 방지합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숫자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곤 하는데요. 지구의 자기장이 계속해서 바뀌고 있으므로, 언젠가는 나침반의 방향까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실제로 미국 항공청은 5년마다 나침반의 방향을 확인하고 있는데, 나침반의 바늘은 조금씩 다른 위치를 향해가고 있다고 합니다.
활주로가 양방 통행인 이유
활주로 번호를 보면 알 수 있듯, 세계 어느 공항을 가든 활주로는 양방 통행입니다. 이는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바람 때문인데요. 비행기는 되도록 맞바람을 맞으면서 이착륙을 해야 하는데, 공항에 부는 바람이 한 쪽으로만 불순 없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 때문에 활주로 방향 자체를 공항이 있는 지역에 부는 평소 바람을 고려해 짓는 것은 물론이고, 그때그때 바뀌는 바람의 방향과 세기, 기상 상황 등을 고려해 비행기가 어느 쪽 방향으로 활주로를 이용할지를 정하게 됩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겨울철에는 북서풍이 우세해 33번 활주로에서 이착륙이 진행되며, 여름에는 반대로 남동풍이 우세한 15번 활주로를 자주 사용하게 되는데요. 반면 제주공항은 활주로가 평행선이 아닌 십자형태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제주에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바람이 사방에서 불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위험하고 특이한 활주로들
이처럼 활주로는 비행기의 안전한 이착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인데요. 그러나 활주로가 짧거나 혹은 지형이 좋지 않은 이유로,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마다 승객들의 가슴을 졸이게 하는 공항도 있습니다. 대서양 카리브 해에 위치한 네덜란드령 안틸레스제도 사바 섬에 있는 후안쵸 이라우스퀸 공항은 활주로가 짧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으로도 꼽히죠.
이 공항의 활주로는 396m로 인천국제공항 활주로 3,750m에 비해 무려 3,354m가 짧습니다. 이처럼 짧은 활주로 탓에 활주로 끝 지점에 X 표시를 해뒀는데요. 자칫 활주로를 벗어나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함이죠. 그뿐만 아니라 바다 근처에 공항이 위치해 거친 바닷바람과 큰 산으로 때문에 활주로 접근 자체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때문에 대형 비행기는 이용하지 못하고, 주로 프로펠러 형식의 경비행기만 착륙 공항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포르투칼 마데이라제도 마데이라 섬 푼샬에 있는 마데이라 공항도 마찬가지인데요. 개항 초기에는 활주로 길이가 1,600m에 불과했으나, 잦은 사고로 1977년 활주로 길이를 200m 늘였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2000년 활주로의 길이를 1,000m 늘여 오늘날 2,800m가 됐죠.
활주로 길이는 늘어났으나, 위험도는 여전합니다. 활주로 자체가 물 위에 놓인 다리다 보니, 단단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으며 이착륙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죠. 특히 활주로 아래는 특이하게도 대형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는데요. 게다가 시간당 최대풍속이 78.8m/s로 착륙을 시도하다가 포기하는 일도 다반사라 유럽권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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