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비행기를 타는 것은 꽤나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비좁은 좌석에 앉아 아무리 자세를 바꾸고 스트레칭을 해봐도 금세 허리가 아프고 좀이 쑤셔오죠. 하지만 그나마 승객은 낫습니다. 승무원들은 비행시간 내내 서서 근무하는데요. 그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죠.
이러한 서비스에 감동받은 승객들은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을 때, 승무원을 칭찬하는 글을 써주기도 합니다. 바로 칭송 레터라고 불리는 것인데요. 칭송 레터는 승무원으로 하여금 업무에 대한 결의를 더 굳건히 다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인 동시에, 인사 고과에도 가장 크게 반영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승무원들에게 이 칭송 레터는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존재라고 하는데요. 과연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사실 칭송 레터는 승무원들에게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것을 받게 되면 항공사의 칭송 관리 부서에 접수되어 등급이 매겨지기 때문이죠. 승무원 개인뿐만 아니라 팀에도 가산점이 부여되는데요. 서비스의 근본적인 목적이 손님의 만족인 만큼, 칭송 레터를 많이 받았다면 승진에도 유리합니다. 항공사는 고객의 칭찬을 승무원들의 인센티브 잣대로 활용하는 셈인데요.
이는 승무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부정적인 좌절감을 느끼게 합니다. 특히 칭송 레터를 많이 받은 동료 승무원들과 비교를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항상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요. 이로 인해 승무원으로서의 자질을 더욱 향상시키겠다는 의욕도 생기는 반면 어떻게 해야 칭송 레터를 하나라도 더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야욕이 대립되기도 하죠.
이륙 후 잠시도 쉴 틈 없이 고된 업무를 처리하는 승무원들에게 칭송 레터를 받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비행기에 탑승하는 승객 중 대부분은 기내 서비스에 대한 엄청난 기대감을 안고 오는데요.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지상에서 받는 일반적인 서비스를 받을 때와는 기대나 만족감이 천지차이기 때문에 칭찬보다는 오히려 불만을 갖게 될 가능성이 더 높아지죠. 그래서 칭송 레터를 받는 것은 가뭄에 콩 나는 듯 드문 일입니다.
과거에는 승객이 기내에 비치된 칭송 레터에 직접 글을 쓸 수 있었는데요. 현재는 기내에 비치된 칭송 레터가 거의 없다보니, 항공사 홈페이지에 로그인한 후 작성하거나 유선으로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야합니다. 있어도 오히려 모르는 분들이 더 많기에 칭송 레터를 받는 승무원들은 굉장한 보람을 느낀다고 하죠.
그러나 이들이 받는 것은 단지 칭송 레터만이 아닙니다.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한 승객들이 불만 레터를 작성하곤 하는데요. 불만 레터를 작성하면 바로 항공사의 고객 불만 관리팀에 접수되어, 담당 승무원에게 리포트 작성을 요청해 상황 파악을 하게 됩니다.
이렇듯 칭송과 불만 레터는 승무원을 얽매는 족쇄가 되기도 하는데요. 모든 승객에게 최선을 다하는 승무원들의 노고가 칭송 레터의 갯수로 평가 되는 것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물론 칭송 레터도 좋지만, 승무원들에게 무엇보다도 가장 좋은 건 아마 고마움이 담긴 따스한 말 한마디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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