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중화기 지원 분위기
영국 지원 결정에 급물살
내부에선 우려 목소리
올봄 러시아가 대규모 공세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확전 우려에 중화기 지원을 금기시하고 있었는데, 옌스 스톨텐베르트 나토 사무총장은 “현재 중화기 제공 약속은 중요하며, 조만간 더 많은 지원이 있을 것”이라며 주요 국가들을 독려하고 나섰다.
서방 국가 중 전차 지원의 포문을 열어젖힌 곳은 영국이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14일, 영국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영국은 수주 안에 챌린저2 14대와 AS90 자주포 30여 대를 우크라이나에 전달하고 승무원 훈련 또한 수일 안에 시작할 예정이다”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최근 영국 내부에서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육군 전력 약해질 것”
참모총장의 쓴 소리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최근 패트릭 샌더스 육군참모총장이 챌린저2 전차 지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 그는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에 전차를 기증하면 영국군 재고에 틈이 생길 것”이라며 “우리 군대가 나토 회원국의 의무를 이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국 육군의 전투 능력 회복을 강조했는데, 영국 정부는 챌린저3 개량 사업 과정에서 보유 전차 수를 줄이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더타임스는 샌더스 참모총장의 발언을 전차 지원 반대가 아닌 국방 개혁에 대한 자금 지원을 가속하려는 의도로 해석했고, 실제로 그는 “우크라이나는 지금 탱크와 총이 필요하며 그들이 그것들을 잘 사용하리라는 것을 안다”라며 “하지만 전력을 넘겨줌으로써 우리 군대가 일시적으로 약화할 것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진짜 게임 체인저는 레오파드
독일에 지원 촉구하는 주변국
이코노미스트지의 국방 에디터인 샤샹크 조시는 프랑스24와의 인터뷰에서 “챌린저2 공급은 상징적이지만 지속 가능한 옵션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럽 전역의 레오파드 전차가 어디로 향하는지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레오파드 전차는 오스트리아, 핀란드, 폴란드 등 유럽 13개 군대에서 운용하고 있으므로 독일이 지원 결정을 내린다면 우크라이나 전장에 많은 물량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각국 지도자들은 침묵하는 독일을 독려하고 나섰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다보스포럼에서 “레오파드2 전차 생산국인 독일도 동참하길 바란다”라고 콕 집어 말했고,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은 “핀란드는 분명히 그 지원에 제 역할을 할 준비가 됐다”라고 강조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부 장관 역시 “독일이 자체적으로 레오파드를 공급할지, 다른 국가들에도 이를 허락할지 등 모든 것은 독일 정부의 결정에 달렸다. 나는 독일에 그렇게 하도록 촉구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더했다.
여의치 않은 독일 입장
러시아의 비난도 거세다
20일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지원 회의에서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될지에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자주 구설에 오르던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부 장관은 사의를 표했다. 더불어, 독일 군수업체 라인메탈의 CEO가 “레오파드 탱크를 보내는 결정이 내일 이뤄진다고 해도 수리를 거쳐 전달은 내년 초에나 이루어질 것”이라고 설명한 점 역시 실질성 논란을 빚고 있다.
한편, 영국의 챌린저2 지원 결정에 러시아 국영TV 진행자 블라디미르 솔로비예프는 “사실상 영국은 전쟁에 뛰어들었다”라며 “영국이 이제 우리의 정당한 타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맹비난했다. 주변국 대다수가 레오파드 전차를 게임 체인저로 간주하는 분위기에서, 독일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지켜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