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
대통령 발언에 후폭풍 거세다
미국 전문가들의 의견은?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은 외교부·국방부 신년 업무보고 마무리 발언에서 “우리가 공격을 당하면 백 배, 천 배로 때릴 수 있는 대량응징보복 능력을 확고하게 구축하는 것이 공격을 막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며 “문제가 심각해지면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우리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라며 자체 핵무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는 물론, 현직 대통령 중 자체 핵 보유를 언급한 최초의 사례였기 때문에 “한미관계 경색이 우려된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발언이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후폭풍이 거세자 대통령실은 “핵확산금지조약을 준수한다는 대원칙에 변함이 없다”라며 “북핵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자체 핵무장에 대한 담론은 뜨겁게 이어지고 있는데, 최근 미국 전문가들의 의견이 보도되며 화제가 되고 있다.
수뇌부는 핵무장 부인하지만
“여론과 기술만은 충분하죠”
한국의 자체 핵무장 언급에 존 커비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고, 이는 변하지 않았다”라며 “한국 정부가 핵무기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블룸버그는 해당 사안을 조명하며 “한국이 금기시됐던 핵무장 카드를 고려함으로써 미국의 압박감이 커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보도에 등장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체 핵 개발을 지지하는 국내 여론은 55.5%로 일본에 비해 더 개방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는 “한국이 본격적으로 개발에 나선다면 약 2년 안에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의 단호한 반대가 주요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철통 같은 확장 억제
본토 위협 앞에서도 가능할까
미국 프린스턴대 물리학자이자 핵 정책 전문가인 프랭크 폰 히펠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는 확장억제면 충분하다고 주장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북한의 ICBM이 미국의 개입을 막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이유로는 러시아의 핵무기가 나토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을 저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와 더불어, 미국 카토 연구소의 더그 밴도우 수석연구원은 기고문에서 “한국이 위협에 처할 경우 미국은 핵무기를 포함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무기를 동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미 본토가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도 과연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1994년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의 안전보장 약속을 받았던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의 침공을 받았다”라며 “북한의 핵무장으로 금기시되던 한국의 핵 보유가 이제는 고려할 만한 선택지가 되었다”라고 평가했다.
“비핵화가 맞긴 한데…”
네티즌들의 반응은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에 출연한 다트머스대 제니퍼 린드 교수는 “미국의 핵우산에 계속해서 의존할 수 있는지를 묻는 한국인들의 질문은 이해할 수 있다”라며 미국의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외 다수의 전문가가 “한국의 자체 핵무장 지지 여론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라는 식의 논평을 내놓았는데, 이를 실제로 이행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한편, 자체 핵무장을 둘러싼 미국 전문가들의 진단에 네티즌들은 “북한과 힘의 균형 때문에 필요한 것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핵에 대응할 수 있는 확장억제는 없다”, “현실적으로는 달래면서 잘 지내는 게 낫다”, “핵무장을 강조할수록 한반도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커질 것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