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인 서방의 전차 지원
독일의 안보 리더십 격하
K2 전차로 선회하는 유럽?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이슈 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사안은 서방의 전차 지원이다. 올봄 러시아의 대규모 공세가 임박했다는 관측 속에, 중무기 지원을 주저하던 서방은 교착 상태에 빠진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 힘을 보태기 위해 주력전차 지원을 약속했다. 기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해 약 300대의 전차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는데,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의 브리핑에 따르면 12개국 소속 120~140대의 서방 전차가 선제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차 지원 결정 과정에서 독일은 강한 압박을 받아왔다. 현재 유럽에 배치된 주류 전차는 독일의 레오파드2로, 약 2천 대 이상이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독일은 재수출 승인마저 주춤대며 주도국의 면모를 보이지 못했고, 제조사 라인메탈이 정비 차질을 고백하기도 하면서 다소 신뢰가 떨어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레오파드2 운용국들이 이번 지원을 계기로 전력 공백을 채우는 과정에서 다른 선택지를 고려할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나왔는데, 한국의 K2 전차가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폴란드 계약으로 떠오른 K2
가성비·신속성·기술 이전 모두 갖춰
미국의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 소속 블레이크 헤르징거 인도·태평양 국방정책 연구원은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한국이 유럽의 전차 시장을 휩쓸 수도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차 지원 과정에서 독일이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인 탓에 국방 협력국들이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 유럽에는 2차 대전 이후 냉전기 개발한 레오파드 변형 모델을 대체할 품목이 전무했는데, 폴란드의 초대형 계약 체결 덕분에 K2 전차가 주목받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는 폴란드의 K2 전차 계약에 대해 “폴란드에 한국과의 거래는 독일 라인메탈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훨씬 빠르게 전차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기술 이전을 통한 방위산업 활성화 열망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선택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미 사랑받는 K2 전차
대량생산도 용이하다
헤르징거는 “K2 전차는 레오파드2보다 약간 떨어지는 모방형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유럽에서 생산된 전차와 유사한 성능을 가진 세계적 수준의 주력 전차이다”라며 “폴란드뿐만 아니라 터키의 알타이 주력전차는 K2의 파생형 모델이며 슬로바키아 등 일부 국가는 한국과 협력하여 구형 T-72 전차 교체를 논의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노르웨이 또한 레오파드 2A7과 K2를 비교 평가했으며,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등 유럽 국가들은 한국의 포병 시스템을 채택했다”라고 부연했다.
더불어, 글로벌 공급망 차질을 이유로 적체 현상이 관측되는 미국, 독일 등 주요 방산수출국과 달리 한국은 높은 부품 국산화율을 통해 대량생산 능력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폴란드와의 계약을 고려하면 K2 전차는 유럽 현지에서 확대 생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적시에 물량 확보가 불확실한 레오파드2보다 훨씬 매력적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장기적으로도 좋은 옵션”
루마니아의 적극적인 검토
다만, 헤르징거는 유럽 전체가 K2 전차로 즉시 선회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이유로는 지리적 요건과 한-러 관계를 꼽았고,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 방산업계의 유럽 진출은 방산수출 강국에 대한 정부의 열망과 동맹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가 따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전례 없는 군사 원조를 약속하는 ‘탈린 서약’에 서명한 에스토니아, 영국, 폴란드, 라트비아 등 9개국이 슬그머니 발을 뺀 프랑스·독일과의 불편한 관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안보 지형을 모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루마니아는 국산 무기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루마니아는 자국 T-72 전차 60여 대를 우크라이나에 공여했기 때문에 전력 공백을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작년 12월, 안젤 틀버르 루마니아 국방장관은 현대로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을 방문하여 K2 전차와 K9 자주포 등을 살폈고,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달 중으로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 역시 방산 협력을 위해 방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