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전 초 떠오른 전차무용론
속절없이 파괴된 러시아 전차
전력 절반 이상 손실됐다?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던 당시 많은 군사 전문가들이 단기간 내 러시아의 승리를 점쳤었다. 군사력 세계 2위의 러시아가 파죽지세로 승기를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상당히 우세했지만, 생각보다 러시아군의 준비는 철저하지 못했다.
T-72와 T-80, T-90 등 대당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러시아의 막강 전차 라인은 재블린, NLAW 등 맨패즈에 속절없이 당했고, 심지어 전차 격파 장면이 생생하게 카메라에 잡히기까지 하면서 ‘전차무용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그러나 서방의 전차 지원만 보더라도 지상전에서 전차는 필수 전력임이 확인되었는데, 최근 러시아 전차 전력 절반 이상이 손실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러 전차 2천 대 가까이 손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어
군사 분석가 야쿠브 야놉스키는 네덜란드 군사정보 사이트 오릭스 자료를 인용, “러시아군 전차 손실은 2천 대에 가까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전쟁 이전 약 4천 대의 전차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정비 등의 이유로 발생하는 전력 외 수량을 포함하면 약 3천 대의 전차를 투입해 전쟁에 나섰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오릭스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 전차 1천 대가 파괴된 것으로 집계됐으며, 544대는 우크라이나군에 나포됐고 79대는 손상됐으며 65대는 버려졌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가 1,511대의 전차를 잃었다고 추산했기 때문에 모든 수치가 예상치에 불과하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러 지상군 능력 매우 저하”
방산 기반은 무시 못 한다
러시아군이 심각한 무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은 다른 곳에서도 제기됐다. 설레스트 월랜더 미 국방부 국제안보 차관보는 온라인 대담에서 “러시아 주력 전차 재고의 절반이 전투 과정에서 소실되거나 우크라이나군에 빼앗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세한 규모에 대한 언급 없이 “러시아의 지상군 능력이 매우 저하된 상태이다”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그는 “러시아는 방위산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러시아군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서방 제재로 인한 부품 수급난으로 전차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제재 우회 경로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실제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에 대응해 러시아는 현대식 전차를 포함한 다양한 무기 생산을 늘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러시아군 피해 강조
우크라 전력 보충 속도전
막대한 전자 전력 손실 외에도, 러시아군 사상자 비율이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영국 국방부는 트위터를 통해 “지난 7일간 러시아군 하루 평균 사상자는 824명으로 지난해 6~7월 대비 4배가 넘는다”라고 전했다.
이 같은 관측은 오는 24일 러시아가 개전 1주년을 기점으로 대규모 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등장했다. 러시아군 피해를 강조해 사기를 떨어뜨리려는 의도로 해석되며, 서방은 우크라이나 전력 증강에도 속속 나서고 있다. 레오파드 전차 개발국인 독일은 최근 레오파드1 전차의 우크라이나 수출을 승인했으며 레오파드2 전차 역시 4월 이내에 인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