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의 전투기 지원 호소
순방 당시 긍정적 신호 있었나
전투기 지원엔 소극적인 서방
서방의 전차 지원 결정 이후, 4세대 전투기와 중화기 등을 요구하는 우크라이나와 수위를 조절하려는 서방 주요국의 줄다리기가 지속되고 있다. 깜짝 유럽 순방에 나섰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8일, 린지 호일 영국 하원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에겐 자유가 있다, 그것을 지킬 날개를 달라”라며 전투기 지원을 호소했다.
이튿날, 개전 후 처음으로 유럽연합 27개국 정상들과 만남을 가진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투기 지원에 대한 질문에 “긍정적 신호가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구체적 약속을 받고 브뤼셀을 떠날 것이냐는 질문에 “나에겐 결과물 없이 우크라이나에 복귀할 권한이 없다”라고 답해 파격 지원 결정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되기도 했는데, 적극 지원 공세를 펼치던 폴란드까지 회의적인 입장을 표하는 모양새다.
“단일 국가 사안 아니다”
전투기 지원 유보한 폴란드
젤렌스키 대통령의 유럽 순방 당시, 기존 MiG-29 지원을 고려하던 슬로바키아와 폴란드 양국 총리는 “요청을 받아들인다”라는 식의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폴란드는 개전 이후 물심양면으로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지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미국을 적극 압박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현지 시각으로 지난 11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F-16 전투기를 제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매우 심각한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폴란드 공군에 있는 것도 50대가 채 되지 않는다”라며 “이것은 단일 국가가 아닌 나토 차원에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영국도 전투기는 힘들어
넘어야 할 산 너무 많다
두다 대통령은 “전투기 지원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에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열게 될 것”이라며 나토와의 확전을 우려하기도 했다. 전차 지원 당시 “개발국의 동의 없이도 지원하겠다”라는 강경론으로 독일을 압박했던 폴란드가 신중론을 택하면서, 전투기 지원의 현실 가능성이 멀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챌린저2 지원을 발표하며 전차 제공의 포문을 열었던 영국도 전투기 조종사 훈련은 약속했지만 전투기 자체 지원에는 선을 그었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이탈리아 국방부 장관과 만난 이후 “영국은 우크라이나에 반드시 전투기를 보내겠다고 말하지는 않았다”라며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당장 타이푼을 조종하는 것은 자전거를 타다가 F1 경주용 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라고 부연했다.
강력 경고한 러시아 당국
누가 먼저 시그널 보낼까
영국의 조종사 훈련 패키지 제공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영국 방문 일정에 맞춰, 영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전투기를 제공하면 위기가 한층 더 고조돼 대규모 유혈사태를 불러올 것이며, 외교·군사 측면에서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외 다른 주요국들도 전투기 지원 자체를 배제하고 있진 않지만 훈련 기간의 리스크와 확전 우려, 자국 안보 공백을 이유로 경계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투기 지원 조건을 제시했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앞으로 몇 주 안에 보낼 수는 없다”라며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과연 어떤 나라가 먼저 손을 뻗을지, 혹은 일찌감치 손길을 거둘지 지켜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