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군축조약 중단한 러시아
자국 시찰하는 건 못 참아
미 영·프도 통제받아라 주장
‘미쳤다’라는 의미인 MAD를 약자로 하는 ‘Mutually Assured Destruction’, 번역하자면 ‘상호 확증 파괴’는 선제로 이루어지는 핵 공격과, 당한 국가가 공격을 가한 국가에 가하는 핵 보복 능력이 모두 상대를 완전히 멸망시킬 수 있다면, 역설적으로 두 국가는 핵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냉전을 대표하는 표어처럼 알려져, 모두가 핵 전쟁을 두려워하면서도 역설적으로 핵무기를 축적하게 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후 냉전이 종결되면서 여러 국가가 핵무기를 더 이상 사용하지도, 만들지도 않아야 인류가 생존할 수 있다는 주장 하에 핵무기 확산 금지 조약을 1970년에 맺었으며, 지난 2010년 체코에서 맺어진 새로운 전략 무기 감축 협정, 일명 ‘뉴 스타트’ 역시 이러한 목적하에 체결되었지만, 최근 러시아는 이 협정의 준수를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대체 왜 그런 것일까?
핵전력은 감소
핵실험 시 사찰 가능
뉴 스타트의 핵심은 협정국, 미국과 러시아 모두가 보유하고 있는 핵전력을 감소시키는 데 있다. 따라서 미국은 당시 886개 수준이었던 핵전력을 700개로, 러시아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감축해야 하며, 발사 준비 상태의 핵무기는 미국이 2,700개, 러시아가 2,680개에서 1,550개까지 감축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또한 두 국가는 서로를 주기적으로 시찰할 수 있으며, 만약 이를 어기거나, 새로운 핵무기의 실험을 감행할 경우도 마찬가지로 상대국은 실험국의 핵무기 개발 시설 등에 대한 시찰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점도 이 협정에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이 바로 현재 푸틴이 협정에 참여하는 것을 중지하겠다고 밝힌 이유이기도 하다.
러시아 참여 반대
미 영·프도 똑같이 하라 주장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 핵무기를 빌미로 서방이 러시아를 시찰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최근 국정연설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또한 만약 미국이 핵실험을 할 경우 우리도 똑같이 미국에 대해 시찰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또한 이어서 러시아는 조약을 탈퇴한 것이 아니라 잠시 중단하는 것뿐이며, 이를 유지하고 싶다면 미국, 그리고 여기에 역시나 핵보유국인 영국과 프랑스까지 통제 시스템에 복귀한다면 러시아 역시 기꺼이 조약으로 복귀하겠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치킨 게임으로 변질
네티즌 ‘진짜 다 죽자는 거냐’
이러한 상황의 가장 큰 문제는 조약국 하나의 탈퇴가 모든 국가의 조약 탈퇴로 이어지기가 무척 쉽다는 점이다. 즉, 러시아 하나가 이 조약을 어긴다면, 굳이 다른 나라들도 조약을 준수할 이유가 없고, 곧 무한 핵 경쟁이라는, 섬뜩한 냉전 시대의 망령이 다시 한번 세계를 덮어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네티즌은 이에 대해서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이대로 가면 다 같이 죽자는 것밖에 안 돼’라는 댓글을 달았으며, ‘그 시대를 안 살아본 사람들은 얼마나 무서운 시대였는지 모른다’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