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폭 넓히는 서방
전차 지원 압박 강해져
독일의 생산 능력 부족?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확전 우려에 전차 등 중화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부전선에서의 치열한 쟁탈전이 장기화하고 올봄 대규모 총공세에 나설 수도 있다는 러시아군의 동향이 알려지면서 무기 지원 폭을 넓히고 있다.
프랑스가 보병전투 장갑차 AMX-10RC를 지원한다고 밝히자 미국은 브래들리 장갑차를 보내기로 결정했고, 뒤따라 영국은 주력 전차인 챌린저2를 포함한 패키지를 내놓으면서 파격적인 지원 공세에 동참했다. 이런 와중에 독일도 마르더 장갑차를 보내기로 했지만, 레오파드2 전차를 지원해야 한다는 압박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런데 최근, 독일의 생산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
레오파드2 전차 지원 촉구
고민 깊어지는 독일 정부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중화기를 추가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하는 등 전차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1순위로 응답해야 할 국가는 독일이었다. 유럽연합 주요 경제국인 독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원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비판받아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늦게나마 판처호이처 자주 대공 곡사포, 지대공 미사일 방어망 등을 지원하면서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지만, 최근에는 직접적으로 레오파드2 지원 압박을 받아왔다. 일례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자국 레오파드 전차 14대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는 독일의 승인이 필요했기에 연쇄적인 지원 결정을 유도하는 발표였다. 하지만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는 “독일은 다른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라며 애매한 답변을 내놓았고, 전차 지원에 대한 확답은 없었다.
빨라야 2024년 인도 가능
당장 지원 결정해도 못 준다
그런데, 최근 독일 군수업체 라인메탈은 우크라이나에 보낼 전차를 당장 인도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아르민 파퍼가 라인메탈 CEO는 독일 일간지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빠르면 2024년 우크라이나에 수리된 레오파드2를 인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레오파드2는 22대, 레오파드1은 88대의 재고가 있다”라며 “전차를 완전히 분해하고 다시 조립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만 수천억 원이 들어간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파퍼가는 독일 정부가 지원을 결정한 마르더 장갑차 역시 실전배치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에 따르면 현재 라인메탈은 100대의 마르더 재고를 보유하고 있지만 대다수가 수리를 요하는 실정이다. 독일 방위 산업법상 비축 목적의 전차 생산은 금지되어 있어 생산 물량을 일시적으로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중요한 시기에 장관 사임
서방 지원 비판하는 러시아
한편, 현지 시각으로 지난 16일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부 장관은 장관직 사임을 발표했다. 그는 1,000억 유로(한화 약 134조 원)의 특별예산에도 불구, 장비 부족 등 독일군의 당면 과제를 개선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더불어, 신년 인사 등 각종 발언이 구설에 오르면서 비난을 듣기도 했는데, 오는 20일 전차 지원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우크라이나협력접촉그룹 회의 이전에 사의를 표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따라 서방의 전차 지원 향방에 관심이 쏠리며, 러시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전차들은 불에 타고 있으며, 나머지 전차들과 마찬가지로 불이 날 것”이라며 서방의 지원이 전세를 바꿀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