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 갈등 격화 조짐
갈등 촉발하는 무력 시위
독일의 러시아 영공 접근?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군사력 증강 등 신냉전 조짐과 더불어 실제 마찰을 빚는 사례가 이어지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은 군용기로 영공을 침범하는 등 무력시위로 갈등을 심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를 유발하기도 한다.
지난달 29일, 남중국해 공해 상공에서는 미 공군 소속 RC-135 정찰기와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소속 J-11 전투기가 약 6m 거리에서 근접 비행을 펼쳤다. 양국 관계자는 서로의 잘못을 주장하며 책임 공방을 펼쳤고, 보도가 이어지며 미·중 간의 군사적 갈등을 만천하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최근, 독일 정찰기 한 대가 러시아 영공에 접근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화제가 되고 있다.
독일-러시아 군용기 대치
“국제 규칙 모두 지켰다”
로이터,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전투기와 독일 정찰기가 발트해 상공에서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독일 해군 소속 P-3 오리온 해상 초계기가 러시아 영공에 접근했고, 이에 Su-27 전투기를 출격해 공중 표적을 식별하고 국경 위반을 방지했다고 밝혔다.
대치 끝에 독일군 P-3 정찰기는 영공을 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며, 러시아 국방부는 “외국군 비행기가 러시아 연방 국경에서 돌아간 뒤에 러시아 전투기가 본국 비행장으로 귀환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 전투기의 임무는 외국 항공기에 대한 위협 없이 이루어졌고, 중립 해역 영공 사용에 대한 국제 규칙에 따라 엄격하게 수행되었다”라고 설명했다.
독일이 러시아를 위협?
반대가 더 설득력 있어
독일군 정찰기와 러시아군 전투기의 조우는 절묘한 시기에 이루어져 의구심이 든다. 최근 영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중화기 지원에 대한 독일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확전을 우려하는 독일 측이 러시아 영공에 진입하려 했다는 점은 개연성이 떨어지며, 발트해 상공에서의 위협 비행은 러시아가 자주 하던 행태이다.
지난해 5월, 안보 위협에 나토 가입을 서두르던 스웨덴 영공에 러시아 정찰기 4대가 침입했다. 해당 정찰기는 앞서 발트해를 가로지르며 덴마크 영공을 선회했고, 이에 양국은 전투기를 급파해 비상 대응 작전에 나섰다. 그 외에도, 제재에 불만을 가진 러시아는 리투아니아와 에스토니아 등 나토 가입국 영공을 수시로 침범하며 발트해 긴장 수위를 높여왔다.
“한미 동맹 과시하지마”
우리도 당한 무력 시위
러시아 군용기의 무력시위는 우리나라 역시 수시로 겪고 있다. 지난해 8월께, 러시아 Tu-95 전략폭격기 2대가 우리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고 공군은 F-16 전투기를 급파해 전술 조치로 대응했다. 당시 러시아 국방부는 “2대의 전략폭격기가 동해 공해 상공에서 예정된 비행을 했고, 특정 단계에서 한국 공군의 F-16 전투기들이 출격했다”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국제법상 효력이 없는 방공식별구역 개념을 채택하지 않지만, 당시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한미 대규모 연합 훈련의 재개 및 대북 전단 살포로 인해 한반도 정세의 긴장이 고조되는 데 대해 우려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심지어 한국과 러시아 양국 간의 직통망마저 조용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해당 비행이 을지 자유의 방패 연습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