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 조짐에 군사 긴장 고조
세계 각국 앞다퉈 군비 경쟁
미 방산업계 매출 폭증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내 안보 위협이 가중된 가운데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 심화,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 등 전 세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었다. 이에 세계 각국은 국방 지출을 늘려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양새다.
전범국가로 군비 증강에 소극적이던 독일과 일본의 행보가 특히 두드러진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직후 1천억 유로(한화 약 134조 원) 규모의 특별방위기금을 조성하여 군에 투입하기로 했고, 일본은 안보 3대 문서 개정을 통해 향후 5년 내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끌어올려 반격 능력을 확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군사 주요국 외 동남아,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까지 무기 확보에 나서는 형국에 미국 방산업계의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1.5배 불어난 매출
러시아 위축도 주효
미 국무부가 공개한 ‘2022 회계연도 무기 이전과 국방 무역’ 자료에 따르면, 외국 정부와 미국 방산업체가 직접 계약하는 방식의 일반상업구매액은 전년 대비 약 49% 증가한 1,537억 달러(한화 약 189조 4,352억 원)에 달했다. 주요 거래로는 인도네시아와 보잉이 체결한 139억 달러(한화 약 17조 1,317억 원) 규모의 F-15ID 전투기 도입 계약과, 독일이 록히드마틴과 맺은 84억 달러(한화 약 10조 3,530억 원) 규모의 F-35 패키지 계약이 꼽힌다.
미 방산업계의 매출이 크게 증가한 이유로는 군사 긴장 고조에 따라 동맹국들의 무기 구매 요청이 증가한 점이 꼽힌다. 더불어, 제재를 통한 적성국 대응법(CAATSA) 등 미국 정부의 경제 제재를 통해 2위 무기 수출국인 러시아의 방산업계가 위축된 점도 점유율 증가 원인으로 추정된다. 제시카 루이스 국무부 정치·군사 담당 차관보는 미발표 연설문에서 “각국이 러시아 장비에서 전환함으로써 우리는 한 세대에 한 번뿐인 기회를 얻게 되었다”라고 평가했다.
K-방산도 초호황 거뒀다
미 방산업계가 주목하기도
글로벌 군비 경쟁을 통해 잭팟을 터뜨린 것은 우리 방산업계도 마찬가지다. 2022년 K-방산 수출 수주액은 170억 달러(한화 약 20조 9,440억 원)로 역대 최다 실적을 올렸다. 이는 종전 최고 기록인 2021년 72억 5천만 달러(한화 약 8조 9,320억 원)보다 2배 이상 폭증한 수치로, 폴란드와 맺은 124억 달러(한화 약 15조 2,768억 원) 규모의 초대형 계약이 크게 일조했다.
빠른 납기와 가성비를 앞세운 K-무기는 미국 방산업계와 전통적으로 거래하던 유럽 국가의 주목을 받기 충분했다. 미 방산업계는 글로벌 공급망 문제를 떠안고 늘어난 주문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라 실제 인도까지 꽤 긴 시간이 걸리지만, 한국 기업들은 기술 이전마저 비교적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에 미 방산업계 내에서는 고객 손실을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익명의 한 관계자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미 방산업계에는 한국의 무기 수출이 폴란드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목표도 최고 기록 경신
유럽·중동 공략하는 방산업계
K-2 전차 생산업체인 현대로템의 한 직원은 커뮤니티를 통해 “창사 이래 가장 바쁩니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 같은 호황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인데,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방산 수출액 목표를 지난해 실적인 170억 달러(한화 약 20조 9,440억 원) 이상으로 설정했다. 지난해 수주액 중 폴란드가 큰 부분을 차지한 점을 고려하면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한다.
올해 수출 포문을 열어젖힐 무기로는 앞서 언급한 K2 전차가 꼽힌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주력전차 지원은 전력 보강 요구로 이어질 것이고, 경쟁력을 갖춘 K2 전차를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노르웨이는 기존 레오파드 L2A4 전차를 대체하기 위한 최종 후보로 K2 전차를 올려놓았고, UAE도 프랑스 AMX-30 계열 구형 전차 100대 교체를 검토 중이기 때문에 수출 및 현지 생산에 합의할 경우 주변국과의 연쇄적인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 외에도 에스토니아, 루마니아, 영국 등이 K-9 자주포 도입을 고려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와 슬로바키아, 이집트 등이 KAI의 FA-50 경공격기 구매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