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향하는 서방 중무기
러시아 돌발 행동 우려도
공격 무기 지원 배제한 국가
확전이나 핵 위협 등을 우려해 중화기 지원을 꺼려오던 서방은, 최근 불과 수주 만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폭을 넓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에 대해, 전황에 대한 서방의 판단이 지난해와 달라졌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우크라이나는 작년 여름 이후 반격에 나서며 북부 하르키우와 남부 헤르손 등지를 탈환했지만, 동부 전선에서 고전하는 양상을 보였다. 결국 시간이 지체될수록 러시아가 승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주력전차 등 중무기 지원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서방 낙관론에 입각한 본격적인 군사 지원이 러시아를 크게 자극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러시아 외교부는 “이미 레드라인을 넘었다”라고 논평한 바 있으며,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키이우에 무기를 공급하는 게임은 플레이어들에게 나쁜 결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현재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장거리 미사일과 전투기 등을 요청하는 실정인데, 이에 반기를 드는 국가도 있다.
“살상 무기 지원 배제”
한 발 빼는 이탈리아
타스통신 보도에 따르면,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자국 매체 인터뷰에서 “우리는 러시아와 전쟁 중이 아니고 러시아 국민에게 적대적일 것이 없다”라며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를 절대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서방에 전투기 등 고위력 무기를 요청하는 시점에 나온 발언이기에, 충동적인 추가 지원 결정을 중재하려는 의도로 추정된다.
다만 그는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어렵고 우리는 매우 우려하고 있다”라며 “우리는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의회가 결정한 대로 방어용 무기를 공급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중거리 방공미사일 애스피드를 포함한 6번째 무기 지원을 준비 중이다. 타야니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오직 독립을 옹호한다”라고 강조했고, 그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지금까지 10억 유로(한화 약 1조 3,352억 원) 상당의 무기를 공급했다.
전투기 지원 찬성?
서방 리더들의 결정
우크라이나의 전투기 지원 요청에 미국과 독일 수장은 모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29일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하나의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독일이 또 다른 논쟁에 돌입한다면 이는 신뢰하기 어려워 보이고, 국가 차원의 결정에 대한 시민들의 믿음을 뒤흔들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앞선 레오파드2 전차 지원 결정 발표 당시에도 “우리는 전투기에 대해 논의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라며 확고한 입장을 표한 바 있다.
이어, 30일 볼티모어에서 백악관으로 복귀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F-16 지원 찬성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NO)”라고 짧게 대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요국이 비교적 완강한 거부 의사를 밝히는 가운데,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원칙적으로 배제하진 않겠지만 동맹국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검토할 것”이라며 신중론을 택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폴란드는 전투기 지원에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차 지원 반대하는 크로아티아
한국도 무기 지원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수위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뤄지는 가운데, 나토 회원국인 크로아티아는 전차 지원마저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조란 밀라노비치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서방의 무기 지원은 전쟁을 장기화할 뿐이다”라며 “재래전에서 러시아가 질 것이라고 믿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크림반도가 다시 우크라이나의 영토가 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외신에 따르면 그는 친러시아적이라는 평판을 듣고 있으나 해당 사실을 거듭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달 30일 방한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특별강연에서 “한국이 군사적 지원이라는 특정한 문제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는 결국 한국이 내려야 할 경정”이라며 “독재와 폭정이 승리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는 무기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경제·인도적 지원을 한 적은 있지만 살상 무기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