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핵 카드 꺼낸 러시아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 배치
“미국이 하는 것처럼 할 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결국 전술 핵무기를 우방국인 벨라루스에 배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수 외신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국영 TV 러시아 24와의 인터뷰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전술 핵무기 배치에 대해 논의했고, 의견이 일치했다”라고 전했다.
전술 핵무기의 구체적인 배치 시기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는 핵무기 운반체계인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항공기 등을 이미 벨라루스로 이전했으며 7월 1일까지 핵무기 저장고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핵무기 통제권은 러시아가 가질 것이며, 미국이 하는 것처럼 무기를 배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식은 미국, 계기는 영국
서방에 책임 미룬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배치 근거와 정당성을 모두 서방에서 찾았다. 그는 “미국은 수십 년간 동맹국에 전술핵을 배치했다”라며 “핵 비확산 합의에 관한 국제적인 의무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미국과 똑같이 하기로 벨라루스 대통령과 뜻을 맞췄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지난주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고농축 우라늄을 함유한 전차 포탄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 이번 조치의 계기가 되었다”라고 밝혔다. 지난주 영국 국방부는 자국 주력 전차 챌린저2에 활용할 열화우라늄탄을 제공한다고 발표했고, 이에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핵 충돌까지 단계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열화우라늄탄은 우라늄 폐기물을 탄두로 만든 포탄인데, 방사선 피폭 가능성에 영국 측은 “열화우라늄탄은 재래식 무기에만 쓰인다”라며 핵무기 연관성을 부인했다.
27년 만에 국외 핵 배치
서방, 일제히 비난 목소리
이번 배치가 실제 진행된다면, 소련 붕괴 이후 27년 만에 러시아가 국외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게 된다. 이에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서방 측은 러시아를 향한 비난 목소리를 냈다. 올렉시 다닐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는 트위터를 통해 “크렘린이 벨라루스를 핵 인질로 삼은 것”이라며 “벨라루스 내부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26일 나토는 성명을 통해 “나토의 핵 공유와 관련한 러시아의 언급은 완전히 잘못됐다”라며 “러시아의 핵 위협은 위험하고 무책임하다”라고 꼬집었다. 같은 날 존 커비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은 “핵무기를 사용하면 분명히 중대한 선을 넘는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의도가 있다는 징후를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