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적 선후배 문화
항공사의 객실 승무원 중 대다수는 여성입니다. 게다가 서비스직이다 보니 많은 분들이 수평적인 조직 문화가 지배적일 것이라고 예상하시는데요. 승무원들 사이에선 서열 잡기, 이른바 ‘시니어리티’가 엄격하기로 유명합니다.
좁은 기내에서 각자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고, 빠른 시간 내 신속하게 서비스를 하려면 확고한 명령 체계가 있어야 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서열이 아주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합니다. 승무원들 사이에 엄격한 기수 제도와 직급 간 코드가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이기도 하죠.
갑을 관계 진짜일까
선후배 간의 규율이 엄격하다 보니 아무리 나보다 나이가 어린 선배라도, 후배라면 깍듯하게 대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선배와 대화를 할 때에는 군대처럼 ‘다나까’식 의사소통은 물론이고, 이동할 때는 항상 뒤에서 걸어야 하죠. 비행 중에는 선배의 식사를 먼저 챙겨야 하고, 비행을 마치면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도 잊어선 안 됩니다.
물론 항공사마다 시니어리티가 각자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승무원들은 신입 시절이 너무 힘들었다고 고백하는데요. 특히 국내 항공사는 시니어를 떠받들어줘야 한다는 마인드가 강해, 선후배 간에 갑을 관계가 당연시 된다고 합니다. 전직 승무원은 뉴스 인터뷰를 통해 “시니어를 떠받들어 줘야 한다는 마인드가 강해요. 너무 선배들이 힘들게 하니까 병원에 다니는 친구들도 있다”라고 말해 충격을 안겼죠.
심하다 말 나오는 이유
후배라면 장거리 비행 뒤 현지에서 레이 오버를 할 때 늘 선배의 일정에 맞춰야 하는데요. 선배가 가고 싶은 식당이나 쇼핑지가 있다면, 싫어도 싫다 하지 못하고 따라나서야 합니다. 하지만 막상 따라가면 선배의 쇼핑백은 후배의 몫이 되죠.
호텔에서는 따로 말하지 않아도 제일 안쪽에 있는 창문 옆 침대가 선배의 자리고, 화장실 옆 침대가 후배의 자리가 됩니다. 선배가 벗은 유니폼과 스타킹을 옷걸이에 정리해야 하고, 양치 컵이나 가운 등의 물품도 챙겨줘야 하는 암묵적인 규칙도 있죠. 막내 승무원이라면 선배들에게 모닝콜을 돌려야 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선배들의 스타킹을 손빨래했다는 일화, 선배보다 먼저 벙커에 들어갔다가 물세례를 받았다는 일화 등도 전설처럼 내려오는 얘기입니다. 그러다 보니 승무원들은 승객이 아닌, 오히려 선배에게 더 신경 많이 쓰게 되는 상황이 생기기 마련인데요. 시니어리티로 유명한 국내 모 항공사는 각 기수마다 피해야 하는 선배들에 대한 블랙 리스트를 표로 정리해 공유하기도 합니다.
퇴사 사유 되기도해
이런 시니어리티가 싫어서 퇴사하거나, 아예 외국 항공사를 택하는 승무원들도 많다고 합니다. 프랑스와 호주, 캐나다, 스웨덴 등은 시니어리티 같은 직장 내 괴롭힘을 아예 법률로 금지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이런 일이 발생하면 사업주가 처벌을 받게 되죠.
물론 안전이 최우선인 항공기 내에서 승무원들 사이의 기강은 어느 정도 필요하기 나름입니다. 기내 위급사항은 곧 승객의 안위와도 직결되니 모두가 항상 긴장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기강을 넘어 군기에서 파생된 과도한 권위주의에 의한 서열은 단순한 갑질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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