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초, 인천공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입국장에 있는 남자 화장실에서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와 아랍어로 된 협박성 메모지가 발견됐기 때문인데요. 수사에 나선 경찰은 닷새 만에 30대 한국인 남성을 범인으로 체포했습니다. 그렇다면 경찰이 비교적 빨리 범인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바로 공항 내에 있는 CCTV 덕분이었죠.
이외에도 공항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 사고에 CCTV가 발휘하는 위력은 상당한데요. 물론 이런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김포공항 직원이 CCTV를 통해, 공항 입국장에서 여행객의 동선부터 휴대폰 화면까지 감시해 사생활 침해 논란이 있기도 했죠. 오늘은 공항 보안을 책임지는 CCTV와 운영 현황 등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공항을 감시하는 9천 개의 눈
공항 보안의 ‘감시병’ 역할을 맡고 있는 CCTV. 과연 인천공항에는 CCTV가 몇 대나 설치되어 있을까요? 정답은 약 9,000대입니다. 이 가운데 인천공항공사에서 설치한 카메라가 90%를 훌쩍 넘는 8,500여 대인데요. 우선 승객들이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제1, 2 여객터미널과 탑승동 내부에 설치된 CCTV가 2,600대가량 됩니다.
즉, 출국장과 입국장은 물론 출입국 심사대와 세관 구역 등 터미널 내 대부분 구역에 감시의 눈이 있다고 보면 되는데요. 물론 일반 사무실과 화장실 내에는 없습니다. 여기에 세관에서 부정행위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별도로 설치한 CCTV가 420대가량 되는데요. 규모가 큰 제1 여객터미널 세관 구역에 290여 대, 제2 여객터미널에 130여 대 정도가 가동 중이죠.
이외에도 부대 건물 등 외곽 지역에 720대가량이 있고, 주차장과 주변 접근 도로에도 5,200대가 넘는 CCTV가 곳곳에 설치돼 있습니다. 이들 CCTV가 보내오는 영상은 공항 상황실의 근무자들이 여러 대의 대형스크린과 수십 대의 일반 모니터를 통해 24시간 주시합니다. 특이점이 발견되면 대형 스크린에 띄어 집중감시를 하게 되는데요.
CCTV에 잡힌 화면은 모두 녹화되며, 3~4개월 분량이 보관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세관과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에서도 별도의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수상한 행동을 하는 여행객이 없는지를 찾아내고 있죠. 따라서 물건을 몰래 숨기거나 하는 수상한 행동을 했다가는 적발되기에 십상입니다.
제 기능 못하는 CCTV들
이처럼 인천공항의 CCTV는 숫자로만 본다면 사각지대가 없을 정도로 촘촘하게 설치돼있는데요. 반면 상당수의 화질은 여행객의 신원과 동선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지 않습니다. 2001년 개항 당시 설치한 저 화소의 CCTV들을 그대로 쓰고 있기 때문이죠.
일반적으로 보안업계에서는 사람의 얼굴과 자동차 번호판을 식별할 수 있으려면 CCTV의 화질이 100만 화소 이상은 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천공항에는 41만 화소 CCTV가 대부분이었죠. 이 때문에 판독이 필요한 경우에 제 역할을 못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많았는데요.
이에 공항공사는 디지털 기반 고화질 CCTV로 전면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공항에서 CCTV는 범죄를 예방하고 검거하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요. 지난해에는 정부가 대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공항에 지능형 CCTV 시범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죠.
‘가급’ 국가보안시설
공항에서는 주변 도로에 들어서서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순간까지, 여행객의 동선 전체가 CCTV의 시선 아래 놓여 있다고 보면 되는데요. 그렇다면 공항에는 왜 이렇게 많은 CCTV가 설치되어 있을까요? 이는 무엇보다 인천공항이 국가보안시설 ‘가급’ 이기 때문이죠.
가급은 청와대, 국정원, 원자력발전소, 방송국, 공항, 항만시설 등 유사시 적의 타격목표 1순위에 해당하는 주요 시설입니다. 따라서 무기를 휴대한 청원경찰이나 경비인력이 경비를 서도록 관련 법률로 규정돼 있는데요. 게다가 항공 분야는 조금만 방심해도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소한 문제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CCTV로 승객 감시까지?
그러나 한편으로는 공항에서 내 일거수일투족을 누군가가 세세히 들여다본다는 게 찜찜할 수도 있는데요. 사실 일반 여행객이라면 그다지 크게 의식할 필요는 없습니다. CCTV를 사생활을 침해할 목적으로 이용하지는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난해 6월, 김포공항 직원이 공항 입국장에서 부적절하게 CCTV를 사용한 행위가 밝혀져 논란이 됐습니다. 당시 베이징에서 들어온 여행객은 검역 문제로 항의하면서 세관원을 촬영하는 등 다툼을 벌였는데요. 이후 그가 대기석에 앉아 있는 동안, 공항 직원은 CCTV로 동선과 휴대전화 화면을 수차례 줌업 하면서 감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불법적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했더라도, 대기석으로 이동한 뒤에는 촬영 행위를 않았음에도 약 12분간 CCTV를 통해 휴대전화 화면을 근접 촬영하며 감시한 것은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재발방지를 위해 해당 직원 등에 대한 직무교육 등을 권고했으나, 공항공사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허가 없이 세관원 등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보안 정보 유출 등의 사고방지를 위해 모니터링을 한 것이고, 이는 정상적인 업무 행위라며 인권위에 불수용 의사를 회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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