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경제가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가장 피해가 심각한 곳은 항공업계인데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고자, 전 세계 하늘길이 막히면서 항공사들이 고사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죠. 이에 항공사들은 무급휴가, 임금삭감 등 경영상 동원이 가능한 카드를 모두 끌어다 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제는 인력 감축 수순만 남은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는 이스타항공이 항공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대규모 정리해고를 결정하기도 했죠. 게다가 최근에는 전 세계 대형 항공사 가운데 첫 파산 사례가 나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항공사인지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도록 할까요?
7년 연속 적자, 부채가 3조 원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여행 수요가 얼어붙으면서 직격탄을 맞은 항공사가 있습니다. 바로 버진 오스트레일리아인데요. 무려 98대 항공기를 보유하고, 56개 노선을 운항 중인 호주의 대형 항공사죠. 하지만 여행 수요가 급감하게 되며, 전 세계 대형 항공사 가운데 가장 첫 번째로 파산 절차에 들어가는 불명예를 안게 됐습니다.
버진오스트레일리아는 안 그래도 호주 최대 항공사인 콴타스항공에 밀려 3조 8,700억 원에 이르는 적자를 내고 있던 상황인데요.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항공편 대부분이 취소되면서 사실상 수입 자체가 끊긴 상태입니다. 이에 재무 사정이 급속도로 악화하였죠.
항공사는 21일 성명을 내고 재무 여건으로 인해 자발적 관리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는데요. 자발적 관리란 이사회에서 회사가 파산했거나, 파산에 근접했다고 판단할 때 외부 관리인을 지명해 회생을 모색하는 절차입니다. 이미 버진 오스트레일리아의 1만 명 근로자 가운데 80%는 일시 해고에 놓였는데요. 당분간은 필수 직원들로 일부 여객, 화물 편 운항만 이어간다는 계획입니다.
정부에 SOS 요청했으나 거절당해
현지 매체들은 이번 파산 사례가 2002년 안셋 항공이 파산한 이후 가장 큰 규모라고 보도했습니다. 버진 오스트레일리아는 호주 내 항공 점유율이 콴타스항공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항공사인데요. 만약 이들이 최종 파산에 돌입할 경우 호주의 항공산업은 콴타스항공 독점 체제가 되는 것이죠. 이에 호주 정부는 기업 구제금융에 직접 뛰어드는 것은 꺼리면서도 독점 체제를 그대로 둬선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버진 오스트레일리아는 주요 주주가 외국 항공사인 독특한 지분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요. 싱가포르항공과 아랍에미리트의 에티하드 항공, 중국 하이난항공, 중국 난샨그룹이 각각 20% 지분을 보유하고 있죠. 이 때문에 호주 정부는 이들의 재정 지원이 우선 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버진 오스트레일리아는 호주 정부에 1조 7천억 원 상당의 구제지원을 요청했지만, 이런 이유로 그간 조정에 난항을 겪었는데요. 주요 대주주인 싱가포르항공 등에서도 자금을 지원받지 못하면서 결국 파산 위기를 맞은 것이죠.
코로나19에 흔들리는 버진그룹
버진 오스트레일리아는 영국의 버진 레코드를 창업한 사업가이자, 괴짜 억만장자로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친 리처드 브랜슨이 이끄는 버진그룹이 설립한 호주 자회사입니다. 이와 함께 버진그룹은 영국의 대형 항공사인 버진 애틀랜틱, LCC 항공사인 플라이비 등을 계열사로 가지고 있죠.
하지만 이들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에 내몰렸습니다. 한때 유럽 최대 규모의 저가 항공사로 불린 플라이비 역시 지난달 파산했는데요. 운영 중인 항공 노선이 갑작스럽게 모두 취소되면서, 최소 2,300명의 직원이 갈 곳을 잃었죠. 이로 인해 수만 명의 고객을 수용하기 위해 타 항공사가 급히 대체 항공편을 개설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버진 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버진 애틀랜틱도 영국 정부에 약 7,600억 원 상당의 대출 지원을 요청했는데요. 브랜슨 회장은 대출이 이뤄지면 자신이 보유한 카리브 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섬을 담보로 제출하겠다고까지 밝혔죠. 하지만 영국 정부는 지원 요청에 냉담한 반응입니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는 전 세계 268번째 부자로 꼽힌 브랜슨 회장이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한 조세 회피처이기 때문이죠. 14년 동안 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정치권 비판이 거센 상황입니다. 그러자 그는 버진아일랜드는 노년을 보내기 위한 장소며, 2006년부터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카리브 해 무인도 네커 섬 역시 대출 담보로도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항공사의 운명은?
이처럼 항공업계는 코로나19로 항공 수요가 줄면서, 암흑기로 통하던 9·11 사태 당시보다 더 심각한 침체기를 맞고 있는데요. 국제항공운송협회는 올해 업계 매출 피해가 약 14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위기가 계속되면서 더 많은 항공사가 도산 위기에 처해있죠.
국내 항공사들 역시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업계의 자구책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는 만큼,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해결책을 기대할 수도 없죠. 하지만 한국 정부는 그에 비해 너무 소극적이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요. 보다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정부 지원책이 없으면 국내 항공산업은 3개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사실상 천재지변으로, 개별 기업의 노력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운데요. 국내 항공사들이 유·무급 휴직, 급여 삭감과 반납 등의 자구책을 시행 중이지만 역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죠.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각 항공사가 정부의 지원으로 저마다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우리나라도 정부의 현명한 결정이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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