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약 515만원 상당의 동전이 모이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이탈리아 로마의 트레비 분수인데요. 어깨너머로 던진 동전이 분수에 들어가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속설 때문이죠. 워낙 세계 각국의 관광객이 몰리는 로마 여행의 명소인데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동전을 던져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된 곳인데요.

동전 하나를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올 수 있고, 2개를 던지면 평생 함께할 인연을 만나고, 3개를 던지면 간절하게 바라는 소원이 이뤄진다고 하는데요. 던지는 동전 개수에 따라 이루어지는 소원도 다르기 때문에 매년 쌓이는 동전의 양도 어마어마하죠. 트레비 분수에 가면 전 세계 동전을 모두 볼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요. 그렇다면 트레비 분수에 쌓인 그 많은 동전은 다 누구의 것일까요?

수거한 동전, 시 예산으로?


트레비 분수에 쌓인 동전은 매일 아침 로마시에서 진공 흡입기와 밀대로 수거해갑니다. 수거한 동전의 액수만 해도 연간 약 20억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렇게 모인 동전들은 그동안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가톨릭 자선단체 카리타스에 기부되었습니다. 카리타스는 이 돈을 저소득층의 식품 지원과 노숙자들을 위한 급식소, 난민 쉼터 등의 운영에 썼죠.

하지만 얼마 전 로마의 시장 비르지니아 라지가 올 4월부터 수거한 동전을 시 예산으로 귀속시키기로 결정했는데요. 도시의 낡은 기반시설을 재건하고, 문화재 보존과 사회 복지 프로그램 운영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죠. 그동안 로마시는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려왔는데요. 지난해 10월에는 열악한 도시환경에 분노한 주민 수천 명이 모여 시위를 벌이기도 했죠. 이에 결국 관광객들의 소원을 담은 동전마저 긁어모으기로 한 것입니다.

그러자 트레비 분수의 동전을 두고 로마시 시장과 가톨릭 교회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는데요. 2001년부터 동전을 기부받아 노숙자와 빈곤층을 지원하는 데 사용해온 카리타스에 대한 지원을 늘려도 모자랄 판에, 트레비분수의 동전까지 빼앗으려 한다며 로마시를 거세게 비난했죠.

카리타스도 이러한 변화가 가난한 이들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사실 이 같은 논쟁은 과거에도 있었는데요. 로마 시의회는 2017년에도 재정난에 처한 로마시의 빠듯한 살림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을 추진했지만, 가톨릭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 무산됐습니다.

로마 시장은 이번에도 역시나 교회와 야권의 반발에 밀려 입장을 선회했는데요. 최근 고위 간부들과 회의를 통해 트레비 분수의 동전을 카리타스에 계속 기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울러 트레비 분수뿐만 아니라 로마시 곳곳에 있는 다른 분수에 쌓이는 약 2억원의 동전 역시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죠.

청계천 팔석담에 던진 동전들


그렇다면 서울의 트레비 분수로 알려진 청계천 팔석담의 동전은 어떨지 문득 궁금해졌는데요. 2005년 10월에 팔석담이 생긴 이후, 관광객과 시민들이 원하는 바를 기원하며 던진 동전이 무려 4억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죠. 이 동전들은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청계천관리처에서 매일 밤 9시에 수거해갑니다. 그렇게 1년에 약 5200만원 정도가 모이는데요.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해 서울 장학재단에 기증하거나,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 제공하고 있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