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국 여권이 영향력이 세계 2위에 올랐습니다. 한국 여권으로는 189개국을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거나, 비자를 즉석에서 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비자를 신청하지 않고 입국할 수 있다는 것은 외교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세계 속 한국의 위상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죠.

반대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어떨까요? 미국, 일본 등이 유난히 비자발급이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하지만, 한국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특히 아시아 주변국에서 오는 외국인이 우리나라의 비자를 받기 위해선 아주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특히 베트남처럼 상당수의 동남아 국가 국민의 경우는 더욱 어렵게 진행되고 있죠. 오늘은 이들의 비자발급과 입국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까다로운 한국 비자 발급


최근 한 베트남 여행 전문 유튜버가 “큰일났습니다… 베트남 동생의 한국여행이 취소 될 수도…”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습니다. 영상 속에는 한 번도 해외에 나간 적 없는 베트남 출연자의 한국 비자 발급이 어렵게 되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요. 비자 발급을 위해서는 통장에 500만 원이 있어야 하고, 여권에 해외 여행을 다녀온 출국 도장의 흔적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베트남 국민이 한국 비자를 받기 위해선 직업, 나이, 재정 상태 등에 관해 깐깐한 절차를 통과해야만 하는데요. 비교적 신원이 확실한 사람이라도 한국입국 절차는 불편하고 번거롭습니다. 공무원이라 해도 출장명령서를 첨부한 뒤 1주일가량 기다려야 할 정도죠.

관광이 목적이라 할지라도 본인의 재정 상태와 여행 일정을 증명할 수 있는 각종 서류를 준비해야 합니다. 서류에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으면 비자 발급 거부 조치를 내리기도 하는데요. 불법체류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베트남에서는 한국 여행 경험이 있다고 하면 ‘부자’로 불릴 정도로 극소수죠. 베트남을 비자 없이 15일 동안 체류할 수 있는 우리와는 굉장히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한국 비자 신청 붐


사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12월 하노이, 호치민시, 다낭 등 3개 대도시 거주 베트남인들에 대한 비자정책을 대폭 완화했었습니다. 이들 중 베트남 돈으로 1억 동, 즉 한화로 500만 원 이상의 예금 증명서나 주택, 자동차 등 재산 서류를 증명할 수 있는 시민에게는 5년간 최장 30일씩 자유롭게 한국을 방문할 수 있는 복수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변경했었죠.

이 소식이 전해진 당시, 베트남 언론과 SNS는 난리가 났습니다. 검색 순위 1위로 한국 비자 완화가 떠오르는 등 국가가 발칵 뒤집어졌었는데요. 정책이 언제 다시 바뀔지 모른다는 괴소문이 돌면서 너도나도 서둘러 비자를 받으려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죠. 현지 한국 대사관에는 하루 평균 3천 명 이상이 한국 비자를 받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긴 줄을 서기도 했습니다.

대도시 시민이 아니지만, 임시거주증을 가진 주민이 복수비자를 받아두려고 앞다퉈 신청하는 바람에 혼란이 가중되기도 했는데요. 이것을 악용해 불법 체류와 돈벌이 수단으로 홍보하는 브로커들도 판을 쳤습니다. 돈만 주면 비자에 필요한 서류를 위조해 준다거나, 비자 발급을 해준다는 광고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현지 경찰까지 유착하다 보니 한국 대사관에서도 걸러낼 수 있는 방법이 없었죠.

베트남인 불법 체류 기승


허술한 비자 제도로 인한 부작용도 속출했습니다. 발급 대상이 아닌데도 발급받는 사례가 나오는가 하면 이들의 불법체류 증가도 늘었는데요. 대부분은 불법체류를 하며 돈을 벌기 위해 한국 비자를 발급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베트남 직장인은 한 달 평균 급여가 약 30만~50만 원인데, 한국에선 이보다 더 벌 수 있어 쉽게 유혹에 빠지는 것이죠. 이로써 올해 5월 기준으로 국내 베트남 불법 체류자 수는 4만 8천여 명을 넘어섰습니다.

문희상 국회의장 초청으로 지난해 12월 한국을 공식 방문했던 베트남 사절단 일부가 출국하지 않고 한국에 남은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는데요. 국회의장실과 외교부 등에 따르면 베트남 국가 서열 3위인 응우옌티낌응언 베트남 국회의장과 함께 한국을 찾은 국회와 정부부처 관계자, 기업인 등 160여 명 가운데 일부가 출국하지 않고 9개월째 행방이 묘연한 상태입니다.

정부는 이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최근까지 모르고 있었으며 올해 초 한 명이 자진 귀국하겠다고 나타나자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죠. 이후 2명은 각각 자진 귀국, 강제 출국당했지만 나머지 7명은 현재까지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에는 관광 비자로 국내에 들어온 베트남인 6명이 절도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는데요. 이들은 부산진구 부전동 일대에 있는 안경점, 의류매장 등에서 3차례에 걸쳐 총 300만 원 상당을 훔친 혐의를 받았습니다. 이처럼 국내에 베트남 관련 불상사들이 늘어나며 비자 제도에 문제가 많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아졌죠.

한국 가기 쉬워졌다더니…


이에 한국 정부는 결국 시행 6개월 만에 복수비자 발급을 축소키로 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부작용들이 더욱 심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요. 당분간 베트남 3대 대도시에서 임시 거주증을 가진 주민의 복수비자 신청은 받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임시거주증은 호구부에 비해 위조가 쉽기 때문인데요. 대도시에 호적을 두고 있는 원주민에게만 복수비자를 발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복수비자로 인해 베트남 불법체류자가 급증하면서 최근에는 비자 발급 심사가 다시 강화된 모습인데요. 때문에 한국 비자를 발급해 오더라도 입국이 거부되는 사례도 있죠. 허술한 비자 제도가 한국과 베트남, 양국 관계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관련 정책을 재정비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