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투숙객이 급감하면서 많은 호텔이 영업난을 겪고 있습니다. 사태가 장기화하자 호텔업계는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요. 올해 대부분이 해외여행을 포기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국내 여행객 수요를 잡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한창입니다. 이에 차별화된 패키지와 프로모션 등을 내걸며 고객 몰이에 나서고 있죠.
집 밖에 나오기 두려워하는 고객들을 위해 ‘일단 호텔에 오기만 하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상품부터, 고가에 제공하던 비싼 객실까지 반값에 내놓고 있는데요. 저마다 아이디어도 다양합니다. 그렇다면 위기의 호텔업계가 내놓은 생존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5박 상품 등장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투숙객이 크게 줄자 호텔업계는 내국인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올해는 사실상 해외여행이 불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보니, 내국인 투숙객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들이 선택한 내국인 공략법 1순위는 바로 체류시간을 늘려주는 것입니다. 체크인 시간을 앞당기거나 체크아웃 시간을 늦추는 식인데요. 호텔에 장시간 체류하면서 온전히 호텔을 즐기기를 원하는 내국인의 성향을 고려한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롯데시티호텔은 지난달 말 체크인 시간을 굉장히 앞당긴 상품을 출시했는데요. 체크인이 무려 새벽 5시부터 가능합니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자 일하는 직장인을 타겟으로 한 것이죠. 이른 아침에 체크인하고 조식을 먹은 뒤 일하고, 다음날 일어나서 또 조식을 먹고 호텔을 나갈 수 있게 했죠. 조식이 두 끼나 더해진 이 상품의 이름은 일명 ‘워캉스’ 패키지입니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16개 호텔은 원하는 시간 언제든 체크인한 뒤, 24시간에서 최대 31시간까지 호캉스를 즐기는 스테이&릴렉스 24 패키지를 공동으로 선보였습니다. 여기에 소비자 발길을 끌기 위해 무료 조식 및 웰컴 선물까지 더했죠.
글래드호텔은 30시간 휴식 패키지란 것을 내놓았습니다. 원래는 1박에 약 20시간 정도를 머물 수 있었던 체류시간을 10시간이나 더 늘린 것이죠. 기존에 오후 3~4시에 진행된 체크인은 오전 10시로, 체크아웃은 오전 11시에서 오후 6시로 미뤘는데요. 사실상 1.5박 상품이나 마찬가지죠. 이는 방에서 온종일 푹 쉬는 ‘룸캉스’ 상품으로 불렸습니다.
숙박 시 부대시설 무료
각종 부대시설 이용권을 끼워주는 것도 업계의 내국인 공략법 중 하나입니다. 인천 영종도에 자리 잡은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가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호텔에 머무는 투숙객은 뷔페 레스토랑 조식뿐 아니라 수영장과 플레이스테이션 체험존, 예술관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기에 스파와 테마파크 등의 입장권 할인까지 더했는데요.
호텔 마리나베이 서울은 숙박 시 아라뱃길에서 한 시간가량 요트를 무료로 탈 수 있는 패키지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서도 호텔의 지리적 특장점을 살린 수상레저 상품을 통해 안전한 봄나들이를 즐겨보자는 것인데요. 이외의 당구장과 키즈카페 등도 숙박 시 별도 이용요금이 없도록 했습니다.
신혼여행객 공략
해외 여행길이 막힌 신혼여행객 잡기에 나서는 호텔도 있습니다. 예년이라면 5월은 새롭게 백년가약을 맺는 결혼식이 가장 많은 달인데요.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결혼식 자체를 미루거나, 해외 신혼여행은 뒤로 미루고 국내로 발길을 돌리는 커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죠.
이에 롯데호텔과 신라호텔 등 특급호텔들은 스위트룸을 패키지로 묶은 상품을 저렴하게 내놓거나, 룸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혜택을 제공하며 고객 잡기에 나섰는데요. 이외에도 부대시설 이용과 레이트 체크아웃까지 다양한 혜택이 담긴 허니문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1+1’에 파격 할인까지
특급호텔의 객실 가격은 비수기든 성수기든 ‘비싼’ 가격으로 유명합니다. 사실 3월 코로나 사태 절정기까지도 이들은 높은 가격을 유지해왔죠. 당장은 팔리지 않더라도 럭셔리한 이미지를 유지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는데요.
그러나 존폐 위기까지 내몰린 호텔들은 결국 할인 이벤트까지도 꺼내 들고 있습니다. 한화 호텔앤드리조트에서 운영하는 더플라자 호텔은 지난달 객실 1박 이용 시, 1박을 무료로 더 제공하는 스페셜 패키지를 출시했죠.
외출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고려해, 아예 호텔에서 두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상품도 속속 내놓고 있습니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이달 말까지 조식 2인 식사권과 호텔 파이다이닝 점심 또는 저녁 2인세트가 포함된 패키지를 선보였는데요. 르메르디앙 서울도 뷔페 조식 2인 식사권에 ‘셰프 더 그릴’ 식사권이 더해진 패키지를 선보였습니다.
사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자주 보던 ‘1+1’ 마케팅은 지금까지 호텔업계에선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던 프로모션 형태인데요. 하지만 최근에는 빈 객실을 하나라도 더 채우기 위해 호텔에서 하룻밤을 머물면 1박을 더 무료로 제공하고, 조식을 포함해 하루에 두 끼를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혜택을 더하고 있습니다.
신규 호텔 설립 경쟁
이처럼 코로나19 여파로 호텔업계가 다각도로 생존책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특급호텔들은 사업 확장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입니다. 신세계 조선호텔은 올해 새로운 5성급 독자 브랜드 ‘그랜드 조선’을 발표하고, 국내 대표 관광도시인 부산과 제주에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그랜드 조선은 신세계 조선호텔의 럭셔리 브랜드인 웨스틴 조선호텔 다음 등급인 어퍼 업스케일 브랜드입니다.
롯데호텔은 다음 달 부산 해운대 엘시티 건물에 260실 규모의 6성급 호텔인 ‘시그니엘 부산’을 개관할 예정입니다. 이는 해운대 지역에 7년 만에 들어서는 럭셔리 호텔인데요. 오는 8월 해운대에 문을 여는 그랜드 조선 부산과 모객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죠.
신라호텔은 올 상반기 내 전통 한옥 호텔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요. 한옥 호텔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2010년 12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직후부터 추진해온 숙원사업입니다. 지난달 말부터 이미 일대 계단 철거와 도로 공사 등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죠. 코로나 19 사태 속에서도 이같은 사업 확장 행보는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코로나 종식 이후 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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