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다른 인종, 특히 유색 인종을 향한 인종차별은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전 세계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입니다. 타국가와 타인종에 대한 인식이 이전보다는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은 곳에서 인종차별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죠. 그래서 오늘은 한국인이 해외에서 겪은 다양한 인종차별 발언과 제스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영어할 줄 안다고?”
최근 미국의 유명 토크쇼 진행자인 엘렌 드제너러스가 봉준호 감독을 겨냥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미국 NBC 토크쇼인 ‘엘렌 드제너러스 쇼’는 지난 11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엘렌이 봉준호 감독에게 누드 사진을 보냈지만, 봉준호 감독에게선 답이 없었다’는 제목의 동영상을 게재했는데요.
영상에서 엘렌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언급하며 “‘기생충’은 그날 밤의 승리자였다. 그래서 난 봉준호의 통역사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봉준호는 그의 통역사에게 답장을 보냈고, 봉준호의 통역사는 나에게 전달했다. 간단히 말해 내 누드 사진을 그에게 보냈는데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라고 말해 주변을 폭소케 했습니다. 즉, 동양인인 봉준호 감독이 영어를 못한 탓에 통역사를 거쳐 문자를 보냈다는 것이죠.
이에 해외 누리꾼들은 ‘전형적인 인종차별주의자다’, ‘전혀 웃기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아시아인은 영어를 못한다는 편견을 느끼게 하는 인종차별적 뉘앙스가 담겼기 때문이죠. 그뿐만 아니라 영어권 국가에서는 백인이 동양인의 영어에 대해 칭찬하거나, 영어를 할 줄 아느냐고 묻는 것도 인종차별적 행위로 분류됩니다.
배우 수현도 이런 일을 겪었는데요. 해외 인터뷰에서 자신이 출연한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어린 시절 해리포터를 영어 원서로 읽었다고 말하자 인터뷰이가 “그때 영어를 할 줄 알았냐”고 물어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죠.
동양인 비하 발언과 제스처
이처럼 서양에는 실제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인종차별이 많이 존재합니다. 한국의 축구스타 손흥민이나 이승우 같은 유명인조차 해외에서 인종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는데요. 눈 끝을 손가락으로 길게 늘이는 제스처가 대표적입니다. ‘슬랜트 아이’, ‘칭키 아이’라 불리는 이 행동은 눈이 작은 동양인을 비하하는 의미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승우는 2018년 12월, 이탈리아 포지아에서 열린 베로나와 포지아 경기 전반 추가시간에 골을 넣었는데요. 하지만 골을 넣고 얼마 되지 않아 상대 팀 선수가 그를 거칠게 밀고 지나갔죠. 이에 이승우가 항의하자 상대 팀 선수는 손가락으로 눈을 찢으며 인종차별적 제스처를 취했습니다. 이 때문에 소란이 일어났고 심판은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는데요. 예상과는 다르게 옐로카드가 이승우에게 향해, 지켜보던 관중 또한 분노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가 운영하는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손흥민의 사진에 댓글을 등록한 축구 팬 상당수가 손흥민을 표현하는 이모티콘으로 찢어진 눈을 택해 논란이 되기도 했었죠. 2016년 미국 애틀랜타 스타벅스에서는 한국인이 커피를 주문하자 컵에 찢어진 눈을 그려 넣은 적도 있었습니다.
중국어 비슷하게 동양인을 조롱하는 것으로, ‘칭챙총’이라는 용어도 있는데요. 비교적 발음이 센 동양 언어가 서양인에게 칭챙총으로 들리는 것에 착안해 생겨난 표현입니다. 얼마 전에는 챔피언스리그에서 활약한 황희찬 선수의 사진에, 한 외국인이 이와 같은 표현으로 조롱하는 듯한 댓글을 남겨 국내 팬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죠. 동양인의 외모에 대한 인종차별 표현으로는 노란 피부를 가리키는 ‘옐로우 몽키’도 있습니다.
인종차별 당한 스타들
인종차별은 스타들에도 예외는 아닙니다. JTBC 리얼 예능프로그램 ‘사서 고생’에 출연한 박준형은 벨기에 브뤼셀에 도착해 제작진과 이동을 하던 도중 여러 명의 현지 백인들에게 둘러싸이기도 했는데요. 이후 그들은 박준형의 다리 사이에 발을 집어넣고 위협을 하는 등 인종차별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자칫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에 결국 제작진이 개입해 급히 상황을 정리하기도 했죠.
마동석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근육을 키우는 이유를 공개하며, 인종차별 경험담을 이야기했는데요. 고등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그는 학교 친구들이 ‘동양 남자는 왜소하고 힘없게 보인다’며 무시하고 따돌렸다고 합니다. 이후 마동석은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고, 훗날 미국 친구들에게 ‘눈 작은 흑인’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몸을 키웠다고 하네요.
서민정도 JTBC ‘이방인’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던 경험을 공개했었죠. 중학교 시절 영국에 살던 그는 친구들이 머리빗질 후 나온 노란 머리를 자신에게 얹어주고 가며 ‘너는 까만 머린데 내가 노란 머리 준거니까 고맙다고 해’라는 말을 들었다는데요. 심지어는 콜라를 마시던 학생들이 ‘이거 너희 나라에 없지?’라고 말하며 서민정의 입을 벌리고 강제로 넣었다고 합니다. 이런 일로 상처받은 그녀는 다시는 외국에서 살지 않겠다고 결심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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