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이민, 가능할까?
서울에서 월세 원룸 방을 구하려면 얼마가 필요할까요? 올해 2월 기준 평균 54만 원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옵션이 붙거나 평수가 넓어지면 월세는 더 높아지죠. 특히 대학가는 열악한 주거시설에도 불구하고 부르는 게 값인 곳도 많습니다. 또한 한국노총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1인 가구의 한 달 생활비는 2019년 기준 225만 7211원인데요, 최저임금(8350원)을 월급으로 환산했을 때 174만 5150원(주휴수당 포함)을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은 물가도 비싸고 생활비도 많이 들다 보니, 한 번쯤 물가가 저렴한 국가에서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요. 특히 많은 분들이 필리핀이나 베트남 같은 물가가 저렴한 동남아 지역 쪽 교민들을 부러워하곤 하죠. 낮은 물가 덕분에 왠지 부자처럼 살 것 같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실제 교민들은 오히려 한국에 사는 게 낫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들의 삶에 어떤 뒷이야기가 숨어있을까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방 4개 월세가 29만 원
필리핀에 사는 유튜브<필브로의 필리핀 생존기>의 주인공인 OOO는 필리핀의 수도인 마닐라에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카비테 다스마리나 지역에 살고 있는데요. 방 4개로 구성된 이층집의 월세 가격은 13,000~15,000페소로 무려 29만 원 정도라고 합니다. 집안 내부의 모습은 한국의 신축 집보다는 다소 낡았지만, 29만 원임을 감안할 때 아주 좋은 컨디션이죠.
빌리지 안에는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농구장, 테니스장, 놀이터 등이 있고 수영장도 있는데요. 아쉽게도 낮에는 인당 60페소를 지불해야 사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1500원 정도의 가격이니 굉장히 저렴한 편이죠. 또한 해당 빌리지 거주자일 경우 할인 혜택도 있습니다.
다만 모든 필리핀의 집이 이렇게 깔끔하고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진 않습니다.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인 마닐라는 월세가 더 비싸고 시설이 노후한 경향이 많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도시 외곽 쪽으로 나갈수록 저렴한 월세로 좋은 집을 구할 수 있겠죠. 또 필리핀은 치안이 좋지 않다 보니 주변 보안상태가 좋아질수록 월세는 오릅니다.
인건비 대비, 결코 저렴하지 않은 생활비
필리핀의 인건비는 한국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에 비해서 생활비는 다소 비싼 편입니다. 전기세만 하더라도 민영 기업이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누진세가 많이 붙는데요. 혹여나 에어컨을 오래 틀었다간 한 달 30만 원은 훌쩍 넘긴다고 하네요. 또 제조업 공장이 없기 때문에 웬만한 공산품은 수입해서 사용하죠. 멀리서 물 건너 온 만큼 가격은 더 올라갑니다.
만약 마닐라에 거주할 경우 한 달 월세가 50-200만 원 정도 하는 곳도 있다고 하니 한국의 웬만한 집보다 비싼 편입니다. 마닐라에 사는 한국인 기준 월세, 수도세, 인터넷, 전화 요금, 차량 유지비, 한 달 식비, 여가비 등을 합치면 1인당 한 달 생활비는 최소 100만 원입니다. 꽤 저렴해 보이지만 여기에 고정적이지 않은 외식비나 유흥비가 더해지고 긴급하게 비용을 지출해야 할 경우 150-200만 원은 훌쩍 넘는다고 하네요.
한국이 더 좋다는 필리핀 교민들
필리핀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은 많은 면에서 한국이 훨씬 살기 좋은 나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은 인건비만 저렴하지 다른 건 다 비싼 편이라고 하는데요. 수질이 나쁘기 때문에 물도 매번 사 먹어야 하고, 필리핀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을 때도 많아 고초를 겪어야 하죠.
또한 한국의 시설이나 품질, 식당의 위생 등과 비교했을 때, 필리핀은 미흡한 부분이 있죠. 화폐 가치가 낮기 때문에 잠깐 여행이나 유흥에는 좋을지 몰라도 살기에는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많아 보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저렴한 생활비로 살기 위해서는, 일반 필리핀 서민들처럼 생활해야 합니다. 여가생활은 제쳐두고 일에 매진해야 하는데요, 많은 한국 교민들은 그런 삶을 바라고 필리핀으로 간 것이 아니니,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죠.
또 최근에는 체감 물가가 더욱 상승했다고 합니다. 마트에 가면 달걀이나, 술, 돼지고기 등의 식료품 인상 폭이 매우 높아졌음을 느낀다고 하네요. 또, 일부 식료품 물가는 한국과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2019년 기준 필리핀 마트의 계란 6구 가격은 88페소로 2100원 정도죠. 현재 롯데마트에서는 1980원대로 구매 가능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황제 이민’을 위해서 한 달에 최소 400만 원은 써야 합니다. 또한 애초에 돈이 넉넉하지 않은 이상 호화로운 생활을 함과 동시에 열심히 일도 해야 하는데 사실상 힘든 일이죠. 온 가족이 함께 이민 가지 않는 이상 외로운 삶 또한 동반되는데요. 한국이든 외국이든, 어디에 살든 장단점은 언제나 존재하죠. 생각 외로 저렴하지 않은 교민들의 삶,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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