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출산은 그 자체만으로 축복받아야 할 일인데요. 그러나 직장을 다니는 여성에게는 사실 반가운 얘기만은 아닙니다. 임신과 출산, 육아가 경력 단절의 주요 사유가 되고 있기 때문이죠. 임신을 이유로 퇴직을 종용받거나,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여성도 여전히 많습니다. 그렇다면 일반 직장인이 아닌 비행기 객실 승무원들은 어떨까요?
일반 직장의 경우엔 임신을 해도 회사에 다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행기 승무원은 임신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부터 비행을 못하게 되어있죠. 대부분의 항공사들 공통 규정인데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임신 확인 직후부터 임신 휴가에 들어가야 합니다.
이는 승무원의 대부분이 스케줄에 따라 근무하기 때문인데요. 임신 후 무리하게 비행을 한다면 몸에 무리가 올 수도 있고, 여기에 습도나 기압 등 지상과는 다른 기내의 환경이 아기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비행 도중 혹시라도 산모에게 문제가 생기면 바로 조치할 수 없어 근무에서 배제되는 것이죠.
일반 직장인은 보통 출산 휴가 90일과 육아 휴직 1년이 보장됩니다. 승무원도 마찬가지인데요. 여기에 승무원은 임신 사실이 확인되는 동시에 임신 휴가를 받습니다. 보통 임신 사실을 4주에서 8주 정도에 안다고 가정하면 임신 휴가와 출산 휴가, 육아 휴직을 합하여 약 2년 정도를 쉬게 되는데요.
다만 임신 휴가 기간에는 임금을 받지 않습니다. 휴직상태로 처리되기 때문이죠. 반면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 기간에는 일반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는데요. 일부 승무원들은 임신 휴가 기간 동안 임금을 못 받아 출산 휴가를 미리 당겨쓰는 경우도 있죠.
이를 악용한 사례도 있는데요. 지난 2017년에는 국내 유명 항공사 승무원이었던 40대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고 허위로 출생 신고를 해 논란이 됐습니다. 이 여성은 거짓으로 임신 진단서를 꾸며내 출산 휴가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출생 신고 역시 허위로 꾸며냈는데요. 이후 항공사로부터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을 번갈아 쓰며, 4년간 수천만 원의 휴직 급여와 정부 지원금까지 탔죠. 하지만 서류상의 아이가 학교 갈 나이가 되면서 출산 자작극이 드러났습니다.
그렇다면 출산 후에는 어떻게 될까요? 승무원은 출산 후 복직 시점 역시도 회사와 협의해 조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출산 후 복직 시에는 다시 기본 안전 및 객실 교육을 받아야만 비행을 할 수가 있는데요. 이는 일정 기간 비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휴직 기간에 따라 약 2주에서 한 달간 진행되는 복직 교육을 반드시 받아야 하죠.
이처럼 비행기 승무원은 여성이지만 경력 단절 걱정 없이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는데요. 출산 후에도 현업에 다시 복귀하는 승무원이 8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국내 항공사들의 잘 갖춰진 복지 때문인데요. 우선 대한항공은 매년 평균 600명 이상의 승무원이 눈치 보지 않고 육아 휴직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육아 휴직의 평균 사용률은 95% 이상으로 한국 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15년 국내 평균 비율이 59.2%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죠. 육아휴직은 꼭 출산휴가 사용 직후가 아니어도 만 8세 이하, 초등학교 2학년 이하까지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시기라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이 외에도 항공사들은 출산한 승무원이 지속해서 근무할 수 있도록 자체 지원 제도를 운용 중입니다. 대한항공은 출산, 육아 휴직을 사용한 이후에도 필요에 따라 최대 3년까지 상시 휴직이 가능한데요. 육아뿐만 아니라 자기계발과 리프레시가 필요한 직원은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죠. 아시아나항공은 복직한 여직원들의 육아와 업무병행에 따른 스트레스를 경감할 수 있도록 별도의 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항공사가 승무원의 임신과 출산에 관대했던 것은 아닙니다. 과거 중동의 유명 항공사들은 한때 5년 동안 결혼과 임신을 제제한다는 규정이 존재했는데요. 카타르항공 내규에 따르면 여자 승무원은 입사 후 5년 동안 임신이나 결혼을 할 수 없고, 결혼은 회사의 허락이 있어야만 가능했습니다. 에미레이트 항공의 채용 조건 역시 이와 거의 비슷했지만 2015년부터는 임신한 승무원에게 지상직 근무를 제공하고 회사에 통보하면 결혼할 수 있도록 규정이 변경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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